[경찰팀 리포트] 뒷골목부터 경제범죄까지…국제범죄수사대 활약

입력 2015-05-16 09:05
마작판 덮치고 기술유출 수사도

외국인범죄 전담 광역수사대
4년간 국내 거주 외국인 40만명↑…강간 등 흉악범죄 해마다 급증
4월까지 범죄 혐의자 587명 입건…최근엔 탄창 빼돌린 軍간부 적발


[ 오형주 기자 ]
지난달 24일 저녁 서울 대림동 주택가. 4층짜리 작은 건물을 에워싼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외사수사팀원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다. 이명섭 팀장은 “이곳에서 마사지업소로 위장한 마작 도박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며 “출입구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해놓고 바깥을 감시하고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잠시 후 문이 열리자 수사관 6명이 한꺼번에 건물 안으로 뛰어들었다. 미처 숨기지 못한 판돈 수십만원이 마작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경찰은 도박을 벌인 중국 동포 4명을 적발하고, 도박장을 관리하던 중국인 A씨를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해 동행한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에게 넘겼다. 경찰은 이날 대림동뿐 아니라 가리봉동, 이태원동 등 서울시내 외국인 밀집지역에 대한 합동 단속을 벌여 불법도박, 성매매, 불법체류 등 혐의로 69명을 적발했다.

최근 4년간 국내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이 약 30%(40여만명) 가까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범죄를 전담 수사하는 경찰 조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외국인 강력범죄뿐 아니라 다양한 국제범죄 사건을 수사해 주목받고 있다.

IS 가담 김 군 행방 수사도

국제범죄수사대는 2010년 신설됐다. 2000년대 들어 외국인 범죄가 빠르게 늘고 범행 수법도 흉포화하면서 전담 수사조직을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광역수사대와 마찬가지로 관할지역과 소관업무에 대한 제한 없이 수사를 벌인다.

국제범죄수사대의 수사 범위는 살인·강도·강간 등 외국인 강력범죄에서부터 산업기밀유출, 국제금융범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올해 초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밀입국한 김모군(18)의 행적을 추적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제범죄수사대는 이를 위해 국가정보원, 외교부 등과 공조했다.

최근에는 군 전략물자인 탄창을 레바논 테러조직으로 빼돌린 전·현직 육군 간부들을 적발했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인 화웨이의 한국지사 임원이 한국·스웨덴 합작회사 에릭슨엘지의 LTE-A(4세대 이동통신 어드밴스트) 설계 정보 등을 유출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올 들어 지난 4월 말까지 각종 범죄 혐의자 587명을 입건하고 그중 40명을 구속하는 성과를 거뒀다.

업무 힘들지만 인기 부서

국제범죄수사대는 젊은 수사관이 선망하는 부서 중 하나로 꼽힌다. 외사 수사관으로서의 전문성과 국제 감각을 쌓을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수사경력 4년 이상이어야 지원할 수 있고 면접을 거쳐야 하는 등 선발 절차가 까다롭다.

외국인 범죄 사건을 수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확보하는 일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보는 주로 ‘휴민트(대인정보)’를 통해 얻는다”고 귀띔했다. 수사관들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해외 수사당국과의 국제공조를 꼽았다. 김종길 국제범죄수사 1대장은 “특히 중국과는 보이스피싱 등 현안이 많은데 서로 사법체계와 관심 정도가 다르다 보니 힘든 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흉기를 소지하고 다니는 외국인들을 대비해 항상 방검복과 금속탐지기를 휴대해야 하는 점도 애로사항이다.

김 대장은 “2012년 경기 수원의 오원춘 사건 등이 계속 발생하면서 불안해하는 국민이 많아져 한 달에 한 번 합동단속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외국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각에 대해선 경계한다. 김 대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등에서 현지 경찰이 색안경을 끼고 한국인을 대한다면 인종차별에 해당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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