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M&A 공시에 놀아난 뉴욕 증시

입력 2015-05-15 21:37
"현 주가의 3배에 인수"로 주가 폭등…알고보니 유령회사


[ 이심기 기자 ]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서 거짓 인수합병(M&A) 공시로 해당 기업 주가가 10분 만에 20% 넘게 폭등했다. 허술한 공시제도를 악용한 주가조작 사건으로 드러나면서 뉴욕증권거래소(NYSE) 관리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14일 오전 11시35분(현지시간) 미국의 화장품 방문판매업체 에이본의 주가가 불과 10분 만에 6.6달러에서 7.9달러까지 치솟았다.

영국의 사모펀드로 등록된 PTG캐피털이 에이본을 시가의 약 세 배인 주당 18.75달러에 현금을 주고 전액 인수하겠다는 공시가 나온 뒤였다. PTG캐피털은 자산 실사 후 10일 안에 인수를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시가총액 28억달러 회사를 82억달러를 주고 사겠다는 소식에 급등한 주가는 그러나 PTG캐피털의 실체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곧바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에이본은 성명을 통해 인수제안을 받은 적이 없을 뿐 아니라 PTG라는 회사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가는 급전직하하면서 낮 12시01분 6.95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체 확인 결과 PTG캐피털은 영국 런던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고 신고했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실체가 없는 회사의 거짓 인수 제안으로 드러나면서 에이본의 주가는 전날보다 6% 오른 7.08달러에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허술한 공시제도와 함께 허위 인수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도 주식거래를 중단시키지 않은 금융당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 증권위원회(SEC)는 ‘에드가’로 불리는 공시등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공증받은 주소만 올리면 별도의 확인이나 승인 절차 없이 공시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직 SEC 관료의 말을 인용, “공시시스템에 접근하는 것은 이메일 계정을 만드는 것보다 더 쉽다”며 제도적인 허점을 지적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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