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도 자동차처럼 할부금융으로 산다

입력 2015-05-14 21:36
한샘, 가구업계 최초 도입…이케아 맞서는 신병기

수천만원대 비용 6~36개월 나눠 지불
이용 실적 3개월새 7배로
"비용 부담 줄여 잠재 고객 사로잡겠다"


[ 김희경 기자 ] 한샘이 가구업계 최초로 할부금융 서비스를 도입했다. 자동차처럼 가구를 살 때 선납금을 먼저 내고 나머지 금액은 나눠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격 부담 때문에 가구 교체를 꺼렸던 고객들은 이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업계에선 가구업계의 할부금융 서비스가 이케아에 맞선 차별화된 전략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구도 할부금융 시대

한샘은 지난 1월부터 KB캐피탈과 제휴를 맺고 할부금융 서비스 ‘한샘 스페셜 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가구도 자동차처럼 가격 부담 때문에 못 바꾸는 고객이 많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제품가의 30% 선인 선납금을 내고 잔금은 6~36개월로 나눠 낼 수 있다. 이자율은 6개월까진 무이자이며 10~36개월까진 연 5.9~9.9%가 적용된다. 할부금융 신청 가능 금액은 최고 2500만원이다.

할부 서비스는 부엌가구와 인테리어 브랜드 ‘한샘 ik’ 부문에만 우선 도입했다. 가격 부담이 가장 큰 부문堅?때문이다. 부엌가구를 바꾸는 고객 중 부엌가구만 사는 사람은 드물다. 바닥재 등을 전부 교체하는 부엌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 이 경우 비용이 1000만원대를 넘어선다. 인테리어 부문은 금액이 더 높다. 집안 전체를 바꾸는 데 3000만원 이상 드는 경우가 많다.

카드로 비용을 내긴 어렵다. 신용카드 한도 금액이 월 1000만원 이상인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한샘은 “부엌가구 공사와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 현금을 일시불로 내는 게 시장의 관행”이라며 “이로 인한 고객들의 불편함을 파악하고 잠재적인 수요를 이끌어내기 위해 할부금융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부엌가구 부문의 할부금융 실적은 지난 1월엔 1억6000만원에 그쳤다. 하지만 3개월 만에 7배 증가해 지난달엔 11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인테리어 부문을 합치면 30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한샘은 “약 1000만원에 달하는 부엌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 매달 30만원씩 36개월 동안 내면 된다”며 “비용을 나눠 낼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10조원 인테리어 시장 공략”

최근 가구업계의 가격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저가 제품을 대량 판매하는 이케아가 지난해 국내에 진출하면서 이 같은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한샘은 할인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홈쇼핑에선 최대 24개월 무이자 할부도 가능토록 했다. 현대리바트도 지난달부터 부엌가구 전 품목의 가격을 평균 30% 낮췄다.

한샘은 할부금융 서비스로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가 제품 비중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가격대가 높은 인테리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인테리어 시장은 10조원에 달한다.

한샘은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뀌고 소득 수준도 높아지면서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할부금융 서비스를 강화해 잠재 고객들까지 사로잡겠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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