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줄줄 새는 혈세… 영수증 필요 없는 '특수활동비' 논란

입력 2015-05-13 20:51
연 90억원 '묻지마' 집행
국회의장·원내대표 등에 지급
사용내역 구체적으로 공개안해

특위 활동비도 '눈먼 돈'?
제대로 된 성과물 없어도
특위 위원장에 월 600만원


[ 조수영 기자 ]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아도 돼 ‘눈먼 돈’으로 불리는 국회 특수활동비가 논란이 되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국회 원내대표 시절 매달 4000만~5000만원씩 ‘국회대책비’를 받았다고 밝히면서다. 홍 지사는 “당 대표 경선 자금 1억2000만원은 집사람의 개인 금고에서 나온 것”이라며 “국회대책비로 나오는 돈 가운데 일부를 집사람이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원내대표에 연 4억 이상 지급

홍 지사가 말한 국회대책비는 의원들에게 지급되는 특수활동비를 뜻한다. 국회의장과 부의장, 여야 원내대표, 18개 상임위원회와 각종 특별위원회의 활동, 의원들의 입법활동을 지원한다.

13일 국회 등에 따르면 여당 원내대표에게는 연간 4억1600만원가량이 지급된다. 우선 국회운영위원장을 겸하면서 매달 상임위원장 활동비로 1700만원을 받는다. 원내대표 직책수당 600만원, 국회의장이 활동비에서 나눠주는 500만원이 매달 지급되고 분기별로 원내대표 지원금 2000만원을 받는다. 원내대표는 이 비용을 원내부대표단, 정책위원회 의장단 등 원내지도부에 배분하고 활동을 지원한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원내대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특수활동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안 그래도 오늘 아침 아내가 (왜 돈을 가져오지 않느냐고) 혼내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원내대표로서 챙겨야 할) 사람이 많으니까 명절에 선물만 한번 돌려도 3000만원이 든다”고 했다.

의원 개인이 챙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상임위원장실 보좌관은 “대개 상임위원회나 국정감사가 끝나는 날 여야 의원들이 같이 식사하거나 여야 간사 간 만남에 쓰이지만 회의가 열리지 않거나 여야 간사 접촉이 적은 상임위에선 위원장 개인 수입이 된다”고 했다.

이렇게 사용되는 국회의 특수활동비는 연간 80억~90억원 정도다. 국회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은 99억4300만원, 2011년에는 98억6200만원이 쓰였다. 19대 국회 들어서는 다소 줄어 2012년 87억500만원, 2013년에는 87억7800만원이 사용됐다. 올해는 83억9800만원을 배정받았다.

국회의 특수활동비는 감사원의 특수활동비 지침에 따라 증빙자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비용으로 분류된다.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정의되는 특수활동비에 의원들의 활동이 포함되는지 여부를 두고 문제가 제기됐으나 정치권은 개선에 나서지 않았다.

◆별 성과 없는 특별위원회에도 활동비

국회 특별위원회 활동비도 대표적인 ‘눈먼 돈’으로 꼽힌다. 특위별로 600만원, 특위 위원장에게도 별도로 600만원이 매달 지급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성과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가동 중인 10개 특위의 회의 개최 횟수는 월평균 1.6회다. 특위 위원장은 회의 한 번에 375만원을 받는 것이다. 지난 18대 국회에선 특위 30여개에 50억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갔다.

홍 지사의 발언으로 파문이 커지자 새누리당에서는 불쾌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김무성 대표는 홍 지사가 언급한 ‘국회대책비’에 대해 “그것에 관해 말하고 싶지 않다. 워낙 한심해서 할 말이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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