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광활한 웅지
횡단철도 통해 느껴
철도로 이어진 세계
끊긴 길 다시 살려야
최연혜 < 한국철도공사 사장 >
현대인에게 여행은 삶의 일부다. 항공을 비롯해 다양한 교통수단이 발달했지만 기차여행만이 주는 매력과 낭만은 여전히 특별하다.
기차여행 마니아로서 국내 최고급 호텔식 관광열차 ‘레일크루즈 해랑’, 프랑스 파리에서 이탈리아 로마를 하룻밤 만에 질주하는 ‘TGV 호텔열차’, 인도 뉴델리의 ‘외국인 전용열차’ 등 많은 열차를 타 봤다. 하지만 아날로그적 감성을 간직한 기차여행의 백미는 역시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아닐까 싶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특별함은 대륙의 광활함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총 길이 9288㎞, 지구 둘레 4분의 1인 세계 최장의 이 철도는 쉬지 않고 달려도 6박7일, 총 156시간 걸린다. 기차 안에서 시간대가 일곱 번 바뀌고 운행 거리 간 시차는 장장 11시간이다. 서울~부산 간 약 440㎞ 기차여행이 고작인 우리에게 이틀을 가도 오막살이 한 채 볼 수 없는 시베리아의 평원은 상상을 초월한다.
시베리아라 하면 대부분 눈 덮인 벌판만을 떠올린다. 그러나 여름의 시베리 틈?여행객에게 뜻밖의 선물과 같다. 백야가 있는 짧은 여름 눈부신 햇살 아래 야생화가 수놓인 초원 너머로 끝없이 드리워진 청록빛 툰드라의 풍경은 대단히 아름답다.
철도는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눈보라가 잦아 비행기는 결항하기 일쑤고, 도로 역시 영하 40도의 추위 속에 동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철도가 여객의 40%, 화물의 85% 이상을 담당하며 교통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여행하다 보면 대륙철도는 미래가 아닌 현실임을 깨닫게 된다. 이 시각에도 영국 런던에서 출발한 열차가 독일 베를린과 러시아 모스크바를 거쳐 시베리아 초원을 달리며 카자흐스탄과 몽골, 중국을 관통하고 있다.
한국은 분단으로 대륙철도망에서 끊겼다. 그렇지만 이 철길을 통해 손기정 선생이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했고, 이광수 선생은 바이칼 호수를 여행했다. 안중근 의사는 하얼빈 의거를 단행했다. 대륙철도는 우리 세대가 복원해야 할 ‘잊혀진 대륙의 길’이다.
대륙철도 여행은 지구 위에 남아 있는 최후의 모험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모험을 꿈꾸는 사람은 반드시 한번쯤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몸을 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최연혜 < 한국철도공사 사장 choiyeonhye@kor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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