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를 부활시킨 경인사치일(庚寅社恥日)

입력 2015-05-11 15:51
(도쿄=서정환 특파원) 일본 도요타가 2013회계연도(2013년4월~2014년3월)에 이어 2014회계연도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습니다. 도요타는 올해도 2조8000억엔의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지난 8일 기업설명회(IR)에서 밝혔습니다. 엔저만 의지한 일시적인 실적 개선이 아니라 뼈를 깎는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더욱 ‘강한’ 도요타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런 도요타를 이끌고 있는 도요타 아키오 사장에게 매년 2월24일은 남다른 날로 기억되고 있다고 하는군요. 아키오 사장은 도요타 창업주인 도요다 기이치로 전 명예회장의 손자입니다. 5년전인 2010년(경인년) 2월24일. 아키오 사장은 미국 워싱턴D.C 하원의원 청문회에 참석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일가족 4명이 사망한 렉서스 ES 350 급발진 사고 원인과 책임을 추궁받는 자리였습니다. 8시간 동안 이어진 청문회에서 아키오 사장은 울먹이면서 유족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습니다.

아키오 사장은 대규모 리콜 사태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고 사임까지 각오한채 미국 청문회에 참석했었다고 일본 경제주간지 동양경제는 최신호에서 전했습니다. 2009년 3월 결산 때 창사이래 첫 영업적자라는 비참한 성적표를 받아든지 1년도 안된 시점이었습니다. 경영난에 이어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도요타의 ‘품질 신화’까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아키오 사장은 이 사건이후 스스로 2월24일을 품질경영의 날로 정하고 도요타그룹 전체가 품질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도록 했다는군요. 한국의 경술국치일(1910년 8월 29일)처럼 도요타는 이날을 경인사치일(庚寅社恥日)로 삼은 셈이죠.

지난 2월24일에도 도요타는 특별한 행사를 열었습니다.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모토마치공장에서 차세대 차량인 연료전지차 ‘미라이(未來)’의 양산 기념식을 개최했습다. 차 이름처럼 미래를 향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행사를 2월24일에 연 겁니다. 최고 품질의 ‘미라이’를 생산하자는 주문이면서도 ‘미라이’의 품질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처럼 보입니다.

동양경제는 도요타가 수소사회의 첫발을 내딛는 차인 ‘미라이’의 양산 기념일을 이날로 정한 것은 대규모 리콜사태 5년만에 품질문제에서 탈상(脫喪)했다는 의미도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ceoseo@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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