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눈 돌리는 러시아 취업 준비생

입력 2015-05-11 01:00
(김은정 국제부 기자) 최근 러시아 취업 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한 젊은이들이 해외 취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죠.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러시아 젊은이들의 성향을 감안했을 때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최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해 만난 모스크바대 재학생인 벨로우소바 유리야 페트로브나씨는 “졸업 후 유럽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할 생각”이라며 “친구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어 식사를 하면서 항상 이런 고민을 나눈다”고 말하더라고요.

이런 변화가 나타나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러시아의 식당이나 호텔 등을 돌아다니다 보면 러시아인들이 청소를 하거나 서빙을 하는 모습을 보기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러시아 인근 독립국가연합(CIS)에서 온 노동자들입니다. 옛 소련 연방 국가로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투르크멘,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우즈베크, 키르기스, 타지크, 몰다비아 등을 말합니다.

이들 국가의 국민들이 러시아로 건너와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들을 거의 다 차지하고 있는 것이죠. 상대적으로 러시아 젊은이들의 일자리는 줄게 됐습니다. 건설 노동자, 대형마트 일자리까지 말입니다. 이런 환경을 계기로 해외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러시아 젊은이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죠.

한편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러시아에서는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웃지 幣?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 들어 흔들렸던 경제가 다시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인들이 정상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루블화 가치는 달러당 30루블대입니다. 현재 50루블에서 움직이고 있으니 여전히 루블화 가치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러시아인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약 20% 올랐다고 합니다. 작년 하반기 경제 위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점심 한끼가 평균 250루블(약 5400원)이었는데, 이제는 300루블 정도로 올랐다네요. 표현을 잘 안 하는 러시아인들의 특성상 불만을 대놓고 얘기하지는 않지만 “살기 어렵다”는 불평이 확산됐다고 합니다.

농담 같지만 지난 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민 술인 보드카 가격을 15% 정도 인하한 후에야 불만이 좀 잦아들었다고 하네요.

반면에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미소 짓는 이들도 있습니다. 바로 유학생들이죠. 모스크바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김소영씨는 “경제 위기 전에는 한해 1600만원 정도였는데, 이제는 1000만원 정도로 부담이 줄었다”며 “한국에서 학비를 받아 쓰는 유학생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라고 귀띔하더라고요./kej@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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