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판매 모색…'골든블루'도 부산 평정하고 서울 공략
부산발 저도주 전쟁 확산
[ 강진규 기자 ]
주류업계의 시선이 부산 경남 등 영남권으로 쏠리고 있다.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순한 술을 앞세운 소주·위스키 회사들의 마케팅 대전이 달아오르고 있어서다. 지역소주회사 무학이 1995년 순한 소주 ‘화이트’(당시 23도)를 선보인 이래 부산에서는 전통적으로 부드러운 술이 인기다.
○품절사태 ‘처음처럼 순하리’
롯데주류가 지난 3월 내놓은 ‘처음처럼 순하리’(이하 순하리)는 편의점에서 품절될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유자향과 과즙이 함유된 소주 칵테일인 순하리는 출시 한 달 동안에만 150만병이 팔렸다. 달콤하고 순한 맛을 찾는 식품업계의 트렌드에 맞춰 알코올 도수를 14도까지 낮춘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도 큰 화제여서 ‘주류업계의 허니버터칩’으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롯데주류의 한 영업사원은 “영업사원 10년 만에 이처럼 열광적인 반응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조일 롯데주류 부장은 “판매 추이를 봐가며 서울 등 전국에 순하리를 공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순하리의 인기를 목격한 무학도 과실을 첨가한 신제품을 내놓는다. 알코올도수를 13.5도로 순하리보다 0.5도 낮춘 레드 블루 옐로 등 3종이 11일 출시된다. 무학은 부산경남에서 70%대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인 지역 소주회사다.
○“부산서 통하면 전국서 통한다”
위스키 시장에서는 부산이 텃밭인 골든블루와 위스키업계 1위 디아지오코리아가 맞붙었다. 골든블루는 36.5도짜리 저도 위스키다. 지난해 국내 위스키 소비가 3.4% 줄어드는 와중에 57% 성장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부산지역 점유율은 50%를 넘어섰다. 스코틀랜드위스키협회 규정에 따라 스카치 위스키는 40도 이상의 도수를 지켜야 한다. 하지만 골든블루는 순한 술을 찾는 수요를 좇아 ‘스카치’라는 말을 포기했고, 그 모험은 적중했다.
골든블루는 서울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 같은 약진을 저지하기 위해 디아지오는 적지인 부산 해운대 일대 800개 주점에서 3개월째 시음행사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아지오가 해운대에서만 매일 80명의 홍보도우미를 투입하는 등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대전’을 지켜보는 주류업계에서는 ‘부산에서 통하면 전국에서 통한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길수 디아지오코리아 사장은 “특히 저도주가 성공하려면 영남 소비자들을 먼저 만족시켜야 한다는 말이 돈다”며 “부산이 전국구로 진출하려는 주류 회사들의 테스트마켓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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