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기업 구조조정 개입 함부로 못한다

입력 2015-05-10 21:21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 '기촉법 개정안' 대표발의
채권단 50% 이상 요청 없으면 금감원 개입 불가
일몰 예정 기촉법 상시화…적용대상 중소기업까지


[ 김일규 / 조수영 기자 ]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할 때 채권단의 요청이 없으면 금융감독원이 개입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금감원의 부당한 개입을 차단하고, 기업구조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 같은 움직임은 경남기업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채권단 지원 과정에서 금감원이 은행 등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등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채권단 절반 이상 요청해야 개입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11일 대표발의한다. 개정안은 금융위원회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해 마련했다. 특히 올해 말 폐지 예정인 기촉법을 한시법에서 상시법으로 전환해 향후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안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개정안은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금감원의 개입 조건과 범위 등을 명확하게 규정했다. 앞으로는 채권단 50%(채권액 기준) 이상이 요청해야 금감원이 개입해 중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암묵적으로 인정했던 금감원의 비공식적 중재 역할을 법령상 명확하게 하고 부당한 개입을 막겠다는 취지다.

금감원의 개입 범위는 기업개선계획 수립·변경과 채무 조정 또는 신용공여 계획 수립으로 한정했다. 또 금감원의 조정 과정은 반드시 문서로 남기고, 조정안은 채권단 의결을 통해 확정하도록 했다. 금감원장이 갖고 있던 채권행사 유예요청권은 주채권은행이 행사하게 된다. 경남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감원이 채권단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기촉법 적용 대상 대폭 확대

채권자와 채무자 간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워크아웃에 참여하는 채권자 범위는 현행 채권금융회사에서 모든 금융채권자로 확대한다. 공제회 등 비금융회사 차입,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 등이 늘어나면서 은행 중심의 워크아웃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현행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을 포함한 전체 기업으로 확대한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도 바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지 않고 워크아웃등을 통해 경영 정상화에 나설 수 있게 된다.

3년마다 워크아웃 성과를 평가하고, 결과를 공개하도록 해 워크아웃이 무작정 지연되는 것을 차단하기로 했다. 소수 채권자 권리보호를 위해 단일 채권자의 채권액 비중이 75% 이상인 경우 채권단 결의 요건에 ‘채권자 수 40% 이상 찬성’이 추가된다. 주채권은행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막겠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구조조정 기업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기업고충처리위원회를 법률상 조직으로 격상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관치금융 공식화 우려도

기촉법의 핵심 조항을 바꾸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금감원의 개입이 법적으로 보장되면 기촉법이 관치금융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해 “금감원의 개입 요건을 명확히 하면 절차적 투명성을 높여 부당한 개입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참여 채권자를 모든 채권자로 확대하는 것은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에는 “주채권은행이 워크아웃 추진에 필요한 금융채권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해 효율적인 기업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일규/조수영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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