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드러낸 '물귀신 홀'…20명 샷 삼켰다

입력 2015-05-08 20:34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첫날
노승열·더스틴 존슨 등 교타자도 '퐁당쇼'

17번홀서 21개 공 빠져…2007년 이후 최다 기록
우즈는 웨지 날 퍼팅 버디
매킬로이 3언더, 출발 무난…스피스는 3오버파 부진


[ 이관우 기자 ]
퀴즈 하나. 파3홀 티샷을 해저드에 빠뜨리고도 파세이브를 해야 한다면? 답은 세 번째 샷을 무조건 홀컵에 집어넣어 ‘홀 인 스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적 같은 일이 1999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주인공은 1992년 마스터스 챔프 프레디 커플스(56·미국). 당시 그는 아일랜드 홀인 17번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렸다. 하지만 곧바로 친 세 번째 샷이 홀에 그대로 꽂히면서 극적인 파세이브를 했다.

이런 일은 아직까지 플레이어스 대회에서 재현되지 않고 있다. 올해 대회에선 오히려 더 많은 골퍼가 ‘퐁당 쇼’를 선보이며 제물이 될 조짐이다.


○이빨 드러낸 ‘물귀신 홀’

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TPC소그래스에서 열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 ‘물귀신 홀’이란 별명이 붙은 17번홀(123야드)은 이날 참가 선수 141명 중 20명이 친 21개의 샷을 집어삼켰다. 섬처럼 물에 떠 있는 그린은 홀컵을 앞쪽에 파 놓고 선수들의 공격성을 자극했다. 더스틴 존슨(31·미국), 헌터 메이헌(33·미국), 루이 우스투히젠(33·남아공) 등 유독 정교한 샷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물귀신 홀’의 제물이 됐다. 노승열(24·나이키골프)과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25)도 희생자에 포함됐다. 브룩 켑카(미국)는 두 번이나 볼을 물에 빠뜨리면서 이 홀에서만 4오버파를 쳤다.

TPC소그래스 17번홀에서 한 라운드에 21개의 공이 물에 빠진 것은 2007년 1라운드(50개) 이후 최다 기록이다. 대회 역사상 17번홀에서 가장 많은 타수를 친 불명예 기록의 주인공은 2005년 3라운드에서 12타(9온·3퍼팅)를 적어낸 봅 트웨이(56·미국)이다. 트웨이는 티샷을 네 번이나 물에 빠뜨리고 다섯 번 만에 볼을 그린에 올렸다.

반면 타이거 우즈(미국), 케빈 나(32), 찰리 호프먼(39·미국)은 이 홀에서 짜릿한 버디를 잡아냈다. 우즈는 티샷이 그린 끝 잔디 덤불에 걸리자 피칭 웨지 날로 퍼팅하는 묘기샷을 선보여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나상현 프로는 “공이 그린 에지의 긴 잔디에 박혀 있을 경우 활용하는 웨지퍼팅 기법”이라며 “프로선수들도 웬만큼 자신 있지 않으면 시도를 꺼리는 고난도 기술”이라고 말했다.

우즈는 웨지 블레이드로 공의 정중앙을 다운블로로 정확히 때려 볼을 잔디에서 살짝 튀게 해 잔디 덤불을 넘긴 뒤 홀컵으로 볼을 굴려넣어 버디를 뽑아냈다. 우즈는 그러나 뒤이은 18번홀 티샷을 곧장 물에 빠뜨려 이른바 ‘버디값’을 했다.

○케빈 나, 4년 만에 우승 도전

마스터스에서 공동 12위에 올라 우승 기대감을 키웠던 케빈 나는 마쓰야마 히데키(23·일본), 호프먼(39), 데이비드 헌(36·미국) 등과 함께 5언더파를 쳐 공동선두에 올랐다. 케빈 나는 이날 드라이버 비거리가 평균 268.5야드에 그쳤다. 하지만 그린적중률이 88.89%에 이르는 등 빼어난 샷감을 선보이며 두 대회 연속 우승컵에 도전할 기반을 쌓았다. 케빈 나는 2011년 PGA투어 저스틴 팀버레이크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우승 후 승수를 쌓지 못하고 있다.

‘세계 골프의 현재와 미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로리 매킬로이(26·북아일랜드)와 조던 스피스(22·미국)의 맞대결은 일단 매킬로이의 완승으로 끝났다. 매킬로이가 3언더파 공동 11위로 1라운드를 마친 반면 스피스는 3오버파 공동 109위로 부진했다. 필 미켈슨(45·미국)과 한 조에서 출발한 최경주(45·SK텔레콤)는 2언더파 공동 25위를 기록해 동갑내기와의 1차전에서 먼저 승기를 잡았다. 미켈슨은 1오버파를 쳐 우즈, 노승렬, 대니 리 등과 함께 공동 77위로 경기를 마쳤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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