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 논설위원과 함께하는 생활서 배우는 경제상식 (9)
뷔페에만 가면 배 터지도록 먹는 것은 ‘콩코드의 오류’에 해당됩니다. 이미 낸 돈이 아까워서 마구 먹지만 나중에 배달이 나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만족 선택 계속 추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얼마 뒤 세계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가 개발됐습니다. 주요 선진국들은 이 기술을 여객기에 적용하려 했고 영국과 프랑스는 초음속 여객기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1976년에 두 나라의 협력으로 콩코드(프랑스어로 협력을 의미) 여객기가 등장했고 사람들은 환호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 뉴욕까지 종전에는 꼬박 7시간이 걸렸는데 이젠 3시간이면 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콩코드는 빠른 만큼 문제도 많았습니다. 우선 소음 공해와 대기오염이 너무 심했습니다. 또 비행 요금이 비싸 승객들에게 외면을 당했죠. 더구나 1970년대 말 이후 세계적인 불황으로 만성적인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결국 콩코드는 16대만 생산됐고 2003년에는 운항이 완전히 중단됐습니다. 처음엔 콩코드 여객기 개발에 미국도 참여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많다고 판단해 중간에 빠졌습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그대로 밀고 나가다 그렇게 됐으니 얼마나 후회가 됐을까요. 콩코드의 오류라는 말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습니다.
콩코드의 오류는 사람이 어떤 행동을 결정하고 나면 그것이 만족스럽지 못해도 자신의 선택을 정화화하기 위해 계속 밀고 나가는 걸 말합니다.
엎질러진 물 ‘매몰비용’
코드의 실패 사례는 학자들의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됐습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바보가 아닐 텐데 왜 이런 실패를 겪었을지 연구한 것입니다. 그 결과 개인이나 정부나 일단 결정한 것은 잘못이 발견돼도 번복하기 어려워한다는 점을 알아낸 것입니다. 그때까지 들인 돈, 시간, 노력이 아깝고 주위의 기대가 크기 때문입니다. 만약 중도에 포기하거나 방향을 바꾸면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는 꼴이 되므로 더 고집스럽게 밀고 나간다는 것입니다.
콩코드의 오류는 본전 생각에 노름판을 떠나지 못하는 도박꾼의 심리와도 비슷합니다. 본전을 되찾겠다고 계속 도박판에 빠져들다가 수중에 한 푼도 안 남은 빈털터리가 돼서야 후회하죠.
콩코드의 오류는 매몰비용(sunk cost)의 오류라고도 부릅니다. 매몰비용은 이미 냈기 때문에 다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입니다. 엎질러진 물이죠. 되돌릴 수 없으면 포기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들인 돈이 아까워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감수하곤 합니다.
콩코드의 오류는 기업들도 저지릅니다. 20세기 카메라와 필름의 대명사였던 미국 코닥은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외면하다 결국 시장의 외면을 받게 됐습니다. 그동안 얻은 명성과 노력, 투자비가 아까워 디지털카메라로 과감하게 전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시시각각 변화합니다. 따라서 세상의 커다란 변화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영국의 러다이트 운동처럼 세상의 큰 변화에 대해 반발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기계 파괴 운동 ‘러다이트’
러다이트 운동은 영국의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811~1817년에 노동자들이 벌인 기계 파괴 운동입니다. 러디즘(Luddism)이라고도 부릅니다. 네드 러드라는 인물의 지도 아래 조직적으로 운동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로 자동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로 쓰입니다.
러다이트 운동을 이해하려면 먼저 영국의 산업혁명부터 알아야 합니다. 영국은 1760년대 들어 증기기관, 방직기 등 다양한 기계가 발명되면서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기술이 좋아지니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구조도 변화됐습니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것입니다. 산업혁명에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람 손에 의존하던 방직업과 양모 공업에 기계가 도입되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지자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800년대 들어서자 영국은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과 전쟁을 치르게 됐습니다. 나쁜 날씨와 전쟁의 피해로 식량 부족이 심각해졌습니다. 불황의 그늘이 영국을 뒤덮어 실업자가 빠 0?늘고 물가가 급등해 생활은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변화·기술혁신 거부한 대중심리
급기야 1811년 실직한 노동자들은 네드 러드의 지도 아래 비밀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밤마다 얼굴에 복면을 하고 공장을 돌아다니며 기계를 부쉈습니다. 러다이트 운동은 정부의 진압과 네드 러드가 처형되면서 수그러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노동자 의식이 싹트게 됐습니다. 러다이트 운동은 기계를 파괴하면 과거의 일자리와 임금이 회복될 것이라는 노동자들의 무지와 오해에서 비롯됐습니다. 일자리가 늘고 임금이 오르려면 생산이 늘어나야 합니다. 기계를 없앤다고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죠. 기계가 파괴된다고 기계를 만드는 기술까지 파괴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러다이트 운동은 변화와 기술 혁신을 거부하는 대중심리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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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피자 가게를 연다고 할 때 다음 중 매몰비용(sunk cost)의 성격을 가장 강하게 갖는 것은?
(1) 인건비 (2) 개업광고비 (3) 오븐 구입비
(4) 피자 재료 구입비 (5) 점포 임대 보증금
[해설] ‘매몰비용’은 이미 지급해 되돌릴 수 없는 비용이다. 회수할 수 없기 때문에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때 매몰비용을 비용으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가계·기업이 의사 결정할 때 매몰비용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A기업이 신제품 개발에 이미 10억원을 투자했는데 추가로 2억원을 더 투입하면 신제품을 완성할 수 있다. 그런데 경쟁 기업에서 A기업이 개발 추진 중인 제품보다 더 좋은 기능의 신제품을 개발 완료, 판매에 들어갔다고 하자. A기업으로선 신제품 개발 중단이 합리적이지만 이미 투입한 10억원(매몰비용)이 아까워 2억원을 추가 투자하는 결정을 내리기 쉽다. 문제에서는 피자 가게의 개업 광고비가 매몰비용 성격이 가장 강하다. 정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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