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중국주식 '카나리아'가 필요하다

입력 2015-05-08 11:36
수정 2015-05-08 11:40
"국내 증권사에 중국의 산업이나 기업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전문 애널리스트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등골이 오싹했다. 최근 만난 한 중국 금융시장 전문가의 말을 듣고서다. 일반투자자가 중국본토 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후강퉁(상하이와 홍콩 증시의 교차 매매)이 열린 뒤 한국에서 중국주식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대략 2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후강퉁이 작년 11월에 시행됐으니 반 년 만에 한국투자자들의 중국주식 사재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 것이다.

문제는 투자에 앞서 중국 상장사의 가치를 제대로 계산할 수 있는 국내 인력이 거의 없다는데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거래를 일으켜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데 혈안이 돼 있는 반면 투자의 근거가 되는 주식 관련 정보 제공 면에서는 낙제점 수준이라는 얘기다.

2조원이 넘는 투자자금이 고위험자산인 주식에, 그것도 해외인 중국증시에 직접 투자돼 있는데 투자 판단 근거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면 이는 보통 일이 아니다.

중국본토 주식시장이 단기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4000선을 뚫으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이유를 들어보면 위기의식은 더욱 커진다.

상하이 증시는 투자자의 80%가 개인투자자로 이뤄져 있다. 이들의 투자패턴은 주요 언론에 거론된 상장사 아니면 최근 주가 상승률이 높은 종목에 묻지마 투자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런데 외국인에 불과한 한국투자자들 역시 정보도 없이 묻지마 투자에 동참하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실제 중국주식을 거래하는 국내 12개 증권사에는 중국 기업과 산업을 전담해 분석하는 애널리스트가 전무한 실정이다. 제휴를 맺은 현지 중국증권사로부터 제공받은 리서치 자료를 분석해 투자자들에게 전달하는 게 고작이다.

중국증권사의 기업분석 보고서를 재가공해 한국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과정에서도 문제는 있다. 보고서의 배포 시차에 따른 리스크가 현존하기 때문이다.

중국증권사가 발간하는 분석보고서는 제일 먼저 중국 기관투자자들에게 배포될 것이다. 이후 이 자료가 책자로 발간되는데는 2~3일이 걸린다. 한국증권사는 이 자료를 받아 곧바로 국내투자자들에게 전달할 수도 없다. 번역이 필요하고 이를 PB(프라이빗뱅커)들에게 전달한 뒤 일반투자자들이 이해하는데 까지 일주일 이상이 걸린다.

제휴를 맺고 있는 중국증권사가 선의를 갖고 국내 증권사에 실시간으로 분석보고서를 제공해주길 바라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막대한 리서치 비용을 들여 만든 양질의 보고서를 외국인들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할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물론 정보의 전달 시차로 인해 한국투자자들은 이미 오른 주식에 후행해서 투자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투자 위험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위험을 제대로 알릴 경보 시스템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국내증권사들이 중국전문 애널리스트를 자체적으로 키우는 길 밖에는 없다.

문제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 뚝딱해서 제품을 찍어내는 것과는 다르다는데 있다. 장기적으로 뭄?자본의 해외투자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인내를 갖고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르면 9월께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선강퉁(선전과 홍콩 증시 교차매매)에 대한 기대가 한껏 고조되고 있다. 우리로 말하면 코스닥시장 정도 되겠지만 그 속살을 들춰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현재 주가수준 정도를 분석하는 잣대인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가 넘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새로운 '엘도라도'(El Dorado)라는 말에 현혹돼 덜컥 들어갔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인 상황이다.

국내 해외투자자금이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제대로 된 환경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이를 위해서는 탄광의 카나리아(위기의 징조)와 같은 역할을 할 인재를 키워야 한다.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회원사로 참여하는 한국금융투자협회에 중국주식 전문 애널리스트 스쿨을 시급히 만들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변관열 한경닷컴 증권금융팀장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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