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창업캠프
미래 화두 제시 인상적
학력에만 연연 말고
자신의 길 개척해야
고산 < 에이팀벤처스·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 hardtodecide@hotmail.com >
2010년 과학기술 정책을 공부하러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 진학했다가 총 2년 과정 중 1년만 수료하고 귀국해 기술 창업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타이드인스티튜트’를 설립했다. 하버드대에서도 값진 경험을 했지만, 사실 내게 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은 10주간의 실리콘밸리 체험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실리콘밸리의 창업지도학교 싱귤래리티대(SU)에서 두 달간 진행된 창업 캠프에 참여했다. 세계 30여개국에서 80명이 참가했다. 첫날 주어진 화두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10년 안에 10억명 이상의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첨단 과학기술 트렌드를 통해 머지않은 미래에 도래할 시장을 예측, 선점하겠다는 도전적인 자세가 가슴에 와 닿았다. SU의 창업 캠프에서 여러 벤처기업의 현직 최고경영자(CEO) 및 최고기술책임자(CTO)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업가 정신으로 충만한 시간을 함께 보냈다.
한국에도 SU 같은 교육기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됐다. 다만 한 가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었다. 그것은 실리콘밸리 인근의 스탠퍼드대였다. 이미 기술 창업으로 유명한 스탠퍼드대가 근처에 있는데, SU와 같은 비(非)전통적인 교육기관이 과연 필요한지 궁금했다. 이에 대한 답은 타이드인스티튜트 운영 중 국내 대학들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었다.
대학은 크고 강력한 연구교육기관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성 강한 개별 교수가 모인 거대 집단이다. 전체의 힘을 하나로 모아 빠르게 움직이기에 적합한 기관은 아니다. 융·복합 기술 및 급격하게 변하는 산업 트렌드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최적의 장소가 아닐 수도 있다.
대학 4년간의 교과 과정은 과거에서 현재까지 쌓아온 지식을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에서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까에 관한 질문이다. 더욱이 최근엔 해외 주요 대학의 온라인 공개강좌(MOOC)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아무 고민 없이 명문대 졸업장을 따기 위해 연연하는 사람들보다, 대학을 넘어 자신의 길을 개척해 가고 있는 사람들이 더 반갑다.
고산 < 에이팀벤처스·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 hardtodecide@hot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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