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교육청 보이콧 서울외고, 교육부엔 '구명운동' 왜?

입력 2015-05-07 15:39
수정 2015-05-07 16:13
서울외고 청문절차 3차례 불응 끝 지정취소… 영훈국제중은 '유예'


[ 김봉구 기자 ] 서울외국어고에 대한 특목고 '지정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서울시교육청의 평가 기준에 못미쳤기 때문이다. 교육부 장관이 동의하면 서울외국어고는 일반고로 전환된다. 예견된 결과다. 그간 서울외고는 교육청과 대립각을 세웠다. 앞으로의 구명운동 대상은 교육부로 잡았다.

서울교육청이 7일 결국 서울외고에 지정취소 결정을 내렸다.

반면 입시 비리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영훈국제중은 유예 결정을 받았다. 2년 뒤 개선계획 이행 여부 등을 따져 재평가한다. 교육청은 영훈국제중에 대해 “자발적으로 마련한 개선책을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학교에 발전 기회가 되고,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평가의 본래 목적과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서울외고의 교육청에 대한 보이콧이 지정취소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 교육청은 이날 “세 차례에 걸쳐 의견 진술(청문) 기회를 줬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소명 기회를 부여했으나 학교 측이 계속 거부해 당초의 지정취소 결정을 바꿀 사유가 없다는 것이다.

교육청 말대로 서울외고는 그간 교육청과 극한대립을 이어왔다.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교육청의 청문 절차에 모두 불응했다. 학부모들이 “청문 절차에 응하는 것은 요식행위일 뿐”이라며 불참 의사를 나타냈고, 학교 측도 학부모 의견을 받아들였다.

서울외고 재단인 학교법인 청숙학원 김기회 이사장은 최근 학교 홈페이지(http://www.sfl.hs.kr)에 공지글을 올려 “청문 참석이 학교,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불명예가 돼 학습의욕과 사기 저하를 초래할 것이며 향후 신입생 모집에도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며 “학부모의 참석 반대 의견을 수용해 청문에 불참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인문·사회계열 대학 진학률 97.7%로 서울 지역 외고 중 1위란 사실을 들어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 학교 운영을 했다는 지정취소 이유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의대 등 타 계열 진학 비율이 높은 여타 외고에 비해 외국어 인재 양성이란 본연의 목적에 충실했다는 것.

결국 공은 교육부로 넘어갔다. 교육부 장관은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제60조 제1항)에 따라 교육청의 동의 신청을 받은 날부터 50일 이내 동의 또는 부(不)동의를 결정해 교육감에게 통보해야 한다. 장관이 동의하지 않으면 특목고 지청취소는 무효화된다.

따라서 서울외고의 청원 타깃도 교육부가 될 전망이다. 학교 측은 “교육청 평가 결과의 부당함을 알리고 교육부의 ‘부동의’를 얻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육부도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어느 쪽이든 앙금이 남는다. 장관이 동의하면 서울외고의 일반고 전환이 최종 결정된다. 해당 학교 동문과 학부모들까지 들고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동의하지 않을 경우엔 교육청 평가가 사실상 무력화된다. 특목고·자사고(자율형사립고) 평가 무용론마저 나올 수 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방송 인터뷰에서 원론적으로 ‘가급적 구제’에 무게중심을 뒀다. 서울외고로선 희망적 대목이다.

하지만 교육청 평가에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을 경우 퇴짜를 놓기도 부담스럽다. 교육부는 이미 지난해 교육청의 6개 자사고 지정취소에 시정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다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교육청은 교육부가 제시한 평가 표준안을 대체로 충실히 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또 한 번 교육청의 지정취소 결정을 뒤집으면 교육부도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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