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떨고 있니'…'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지사 검찰 출석 임박

입력 2015-05-07 00:23

검찰,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경남지사 8일 소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건네받은 의혹이 제기된 홍준표 경남지사의 검찰 출석이 임박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8일 오전 10시 홍준표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다고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 8명 가운데 첫 소환이다.

홍준표 지사는 지난 1993년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시절 슬롯머신 업계 비호세력 사건을 수사하면서 제6공화국 황태자로 불리던 박철언 전 의원을 구속해 일약 스타 검사로 부상했다.

여기서 얻은 부패 척결 이미지는 SBS의 인기 드라마 '모래시계' 주인공으로 각색되기도 했다. 그러나 22년 만에 '모래시계' 검사인 홍준표 지사가 검찰에 소환되는 처지에 처했다.

'조직에 순응하지 않는 검사'로 낙인 찍혀 1995년 사직한 이후 검찰과의 악연이 이어지는 셈이다.

홍준표 지사는 지난 2월 페이스북을 통해 "드라마 '펀치'에서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부패와 부정의 상징으로 묘사돼 이 시대 검찰상을 적나라하게 그려놓은 것을 봤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우리가 검사로 재직할 때는 약자를 도와주고 권력과 싸우는 정의의 상징으로 묘사됐는데, 최근 검찰의 모습은 부끄럽기 한이 없다"고 선배 검사로서 안타까운 심경을 피력했다.

또한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뒤 매일 아침 출근길 발언을 통해 목소리를 내며 검찰과 수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홍준표 지사는 "자살하면서 쓴 메모는 반대 심문권이 보장돼 있지 않아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유일한 증인인 윤승모 부사장을 한 달 동안 통제 관리하고 10여차례 조사하면서 진술 조정을 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검찰 수사에도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홍준표 지사 조사를 앞두고 막바지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6일 오후 3시30분께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김해수 씨를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김 씨는 윤 전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홍준표 지사가 아니라 보좌진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진술하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다.

검찰은 김 씨를 상대로 윤 전 부사장을 회유한 사실이 있는지 추궁하는 한편 2011년 당 대표 경선 당시 홍준표 지사 캠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조사했다.

또한 검찰은 이날 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홍 지사 캠프의 선거비용 관련 회계자료와 의원실 후원금 내역 등을 제출받았다. 국회에서도 방문기록과 외부 차량 출입 기록 등을 영장을 제시하고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홍준표 지사는 소환 조사를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준표 지사 변호인인 이우승 변호사는 2003~2004년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 때 특별검사보로 일했고 제주지방검찰청 부장검사였던 문무일 검사장은 이 수사팀의 일원이었다. 또 다른 변호인인 이혁 변호사도 남부지검 부부장검사로 재직하던 중 특검에 파견돼 문 검사장과 호흡을 맞췄다. 문 검사장의 수사 스타일을 가장 잘 아는 인물들로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특수통 대결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자신의 말대로 돈으로부터부터 자유로웠는데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인지 여부는 내일 '모래시계 검사'의 친정인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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