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제지 포함 3500억에
태림포장 창업주, 자녀에 안 넘기고 매각
[ 좌동욱 기자 ] ▶마켓인사이트 5월6일 오후 4시23분
한국 1위 골판지 포장재업체인 태림포장공업그룹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 PE(대표 송인준·사진)에 팔린다. 40년 업력의 우량 중견그룹 창업주가 형제나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대신 회사 매각을 선택한 것이다.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기업이 쪼개지거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태림포장공업은 6일 대주주인 정동섭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 58.9%를 IMM PE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서(SPA)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태림포장공업 자회사인 동일제지 지분 34.54%도 IMM PE에 팔기로 했다. 태성산업 월산 비코 동림로지스틱 동원제지 등 태림포장공업과 동일제지의 핵심 자회사 다섯 곳도 IMM PE가 사들인다. 일곱 곳의 매각가격은 약 3500억원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1976년 창업한 태림포장공업은 골판지 제조와 포장을 중심으로 14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제지업체다. 지난해 매출 3520억원, 순이익 179억원을 올렸다.
정동섭 태림포장공업 회장은 일가가 대거 경영에 참여하는 상황이 태림포장공업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회사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형제와 자녀들이 분가해서 기업을 쪼갤 경우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고,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회장 동생인 정영섭 부회장은 동일제지와 월산 대표, 장남인 정상문 사장은 태림포장공업 대표, 차남인 정유천 사장은 제이타우젠트 대표를 맡고 있다. 두 명의 사위도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주력 회사인 태림포장공업의 경우 정 회장 지분(6.67%)보다 정 부회장(4.89%)과 정상문 사장(18.27%) 지분이 더 많다.
이재우 PEF협의회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목전에 둔 중소·중견그룹이 늘고 있다”며 “미국 등 선진국처럼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고 제3자에 매각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회장은 작년 초부터 회사경영권을 인수할 곳을 물색했다. IMM PE와 약 1년간 협상을 진행, 지난 4일 최종 타결했다. 정 회장은 직접 회사 매각 협상에 참여했다.
정 회장은 골판지 제조 및 포장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계열사는 IMM PE로부터 되사올 계획이다. 제이타우젠트(골프장), 대성강화판지(부동산 관리), 코렌소코리아(화장지 지관) 등이 대상이며 인수가격은 총 10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 일가가 받는 현금은 약 25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정 부회장은 “회사 재인수 대금(1000억원)이 태림포장공업 등 기업으로 유입돼 회사 재무구조가 견실해질 것”이라며 “해외 진출과 임직원 복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각을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IMM PE는 회사를 인수한 뒤 경영합리화와 추가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IMM PE는 현재 2조원 안팎의 자금(AUM)을 굴리는 PEF 운용사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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