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개인재무관리 ABC] (6) 무시해야 하는 매몰비용

입력 2015-05-06 21:21
수정 2015-05-26 13:58
유진 < 한양대 교수 >


투자 의사 결정에는 실제 지출된 비용은 아니지만 반드시 포함해야 할 기회비용이 있는 반면 실제 지출됐지만 무시해야 할 매몰비용(sunk costs)이 있다. 정반대되는 이 두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매몰비용 개념 또한 주식, 부동산 등의 투자뿐 아니라 다양한 선택 상황에 모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5월2일 주당 53만8000원에 현대중공업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 갑이 그 후 이 회사 주가가 40만원대, 30만원대로 하락할 때 왜 처분하지 못하고 현재 14만원대 주식을 아직 보유하고 있을까? 물론 하락을 거듭하던 순간마다 내일의 상승을 기대하며 보유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보다 현실적인 이유는 그가 조선업 수익성이 악화된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이 주식의 매입원가 53만8000원을 생각할 때 도저히 큰 손실을 감수하며 처분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2007년 투자자 을이 분당의 50평 아파트를 10억원에 구입한 뒤 2015년 현재 6억원으로 하락할 때까지 처분하지 못한 가장 현실적인 이유도 그가 아파트 구입 가격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갑과 을은 의류 점포가 계절이 바뀔 때마다 50% 심淄?9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재고를 처분하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이 옷들의 원가는 이미 아무런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하고, 중요한 것은 10%의 가격으로라도 처분하는 게 원가를 고수하다 송두리째 손해보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수년 전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던 원유를 최근 50달러 수준에 팔고 있는 산유국 또한 과거 판매가에 더 이상 연연해하지 않는다. 위의 예에서 53만8000원, 10억원 그리고 150달러는 현시점의 합리적 의사결정과 아무 관계 없는 매몰비용 혹은 매몰혜택일 뿐이다.

실생활에서도 매몰비용을 현명하게 무시해야 합리적인 삶이 가능하다. A가 자신에게 무척 잘해줬던 전 이성친구 B를 현 이성친구와 비교하는 것도 불필요한 매몰비용(혜택)을 상기하는 것이다. 어쩌면 B는 A의 이런 비교성향을 눈치채고 결혼 후 다른 부부와 비교되지 않는 삶을 위해, 즉 A와의 결혼에 도사린 기회비용을 회피하기 위해, 수년간 A와의 데이트에 투자한 (매몰)비용을 버리고 새 선택을 한 것 아닐까?

유진 < 한양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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