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묶인 투자은행 시장에서 발 빼
금리 오를 때 매도물량 받아줄 곳 없어
[ 임근호 기자 ]
전 세계 채권 금리가 들썩이는 가운데 글로벌 채권금리 상승이 본격화하면 과거 어느 때보다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투자은행(IB)들의 손발이 규제에 묶인 탓에 시장 조성자로서 금리 상승 때마다 채권 매도물량을 받아주던 IB들이 시장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금융회사들의 모임인 국제금융협회(IIF)의 티머시 애덤스 협회장은 지난 4일 “채권시장 유동성 부족은 전 세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지금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라며 “미국이 올해 금리를 올린다면 금융시장이 상상 이상의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채권시장은 2000년 30조달러에서 현재 90조달러(약 9경7200조원) 규모로 커졌다. 그만큼 채권이 많이 발행돼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거래량은 2005년 이후 20% 가까이 줄었다.
애덤스 협회장은 “채권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채권을 잔뜩 사들였던 투자자들이 금리 인상(채권 가격 하락) 신호에 맞춰 대규모 매도 물량을 내 醮쨈摸?채권시장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팔리지 않는 채권을 팔려고 서로 경쟁적으로 ‘헐값’에 채권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급감한 것은 매수자와 매도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던 IB들의 기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비해 원래 거래물량이 적은 채권시장에선 IB들이 매도자로부터 직접 채권을 매입한 뒤 나중에 매수자가 나타나면 파는 식으로 시장을 원활히 돌아가게 한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바젤은행감독위원회와 미국 금융당국은 IB에 유동성이 높은 자산 보유 비중을 늘리도록 했다. IB들은 국채나 초우량 회사채 등을 제외한 유동성 낮은 채권시장에서 발을 뺄 수밖에 없었다.
글로벌 IB들의 미국 회사채 보유액은 2007년 10월 2353억달러에서 올 2월 509억달러로 78% 줄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