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잃어가는 친정어머니 보며
부모의 소중함 느껴…전화 한 통도 효도
김선희 < 매일유업 사장 seonheekim@maeil.com >
제조업 중에서도 사람이 먹고 마시는 음식을 생산하는 곳이 식품업계다. 그중에서도 유가공 기업의 초짜 사장이 된 지도 이제 2년째. 조금 더 차분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배우고 익히느라 올해도 너무 바빠 개나리꽃이 피고 지는 것을 못 느낀 채 봄이 지나가고 있다.
‘일하는 아줌마’이기도 한 필자는 적어도 한 달에 한두 번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뵈러 간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종종 버거울 때가 있다. 지난달에도 회사 일이 우선시되고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미루고 말았다. 내가 줄곧 직장생활을 한 탓에 육아의 절반을 책임져 주신 시어머니에게는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다. 약사 출신으로 연세에 비해 굉장히 부지런하고 건강하신 시어머니는 나보다 덩치가 큰 대학생 손녀를 예나 지금이나 알뜰살뜰 챙겨 주신다.
친정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 한쪽이 무거워진다. 그 옛날 신식 교육을 받은 친정어머니는 이제 기억력 장애로 최근 손녀가 결혼했다는 사실도 잊으신 채 갑자기 어디 갔느냐고 찾으시곤 한다. 단기 기억상실증 혹은 알츠하이머. 50대인 痢?세대의 부모님과 부모님 또래 어르신에겐 흔한 일이라는 위로를 많이 받지만 그래도 두렵기만 하다.
지난주에는 출장 때문에 친정어머니를 뵈러 못 가서 딸과 남편에게 대신 뵙고 오라고 부탁했다. 출장에서 돌아와 딸에게 무심결에 “할머니께서 엄마 안 찾으셨니”라고 물으니 “아니, 아무래도 할머니는 기억을 요즘 잘 못하셔서 엄마가 머릿속에서 지워졌나 봐”라고 답했다. 농담이라 생각하고 웃었지만 가슴은 싸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알츠하이머는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병 중 하나가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랑한다”고 말하던 가족이 갑자기 “누구냐”고 물어온다면 이보다 끔찍한 일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사랑하는 어머니가 언젠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실까 봐 항상 두렵다. 어떤 핑계도 대지 말고 퇴근길에 한 번 들려서 친정어머니를 찾아뵈어야겠다고 결심을 해본다.
내일이면 어버이날이다. 부모가 진정 바라는 건 자식과 손주들이 자주 찾아뵙거나 안부전화를 드리는 일일 것이다. 부모님이 건강히 살아계실 때 잘 모셔야지 돌아가신 후에는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없다. 지금 바로 수화기를 들고 부모님께 전화 한 통 드려 보는 건 어떨까.
김선희 < 매일유업 사장 seonheekim@mae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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