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투데이
권한 대부분 본부장 등에 위임
작년 사상 최대 매출 이끌어
[ 안재광 기자 ]
강경수 동양매직 사장(사진)의 책상에는 종이가 한 장도 없다. 결재할 게 수북이 쌓인 여느 기업 대표 책상과는 다르다. 청소를 자주 해서가 아니라 결재할 서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강 사장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결재서류에 사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 8월 대표이사가 된 강 사장은 많은 권한을 본부장 등에게 내줬다. 대신 본부장이나 각 팀장이 ‘알아서’ 판단하라고 주문했다. 담당자 팀장 부문장 본부장 대표이사 등으로 올라가는 결재라인도 없앴다. 담당자가 해당 팀장, 혹은 본부장에게 바로 보고하고 결정해 실행하도록 했다.
이런 방침은 그의 경험에 따른 것이다. 강 사장은 “결재 하나 받으려고 대표이사 방 앞에서 수시로 대기하고 비서한테 대표이사 기분이 어떤지 파악하고 하다 보면 업무 흐름이 깨지곤 했다”고 설명했다. 그 시간에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는 게 전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강 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자율을 주는 대신 맡은 일에 책임지라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1990년 동양매직에 사원으로 입사해 25년을 한 직장에서 일한 ‘동양매직맨’이다. 경영기획, 마케팅부터 제품 개발 및 생산까지 안 거친 부서가 없다. 각 부서에서 계획 중인 게 있으면 가장 먼저 조언을 구하는 사람도 강 사장이다. 그는 회사 대표가 아닌 선배 입장으로 의견을 내기도 한다. “내 생각이 다 맞는 것은 아니다”란 전제를 단다. 급한 일이 있을 때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게 했다. ‘결재’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임직원들과 함께 늘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강 사장의 이런 스타일은 회사 회식 자리에서도 나타난다. 그가 참석하는 회식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오후 5시에 시작해 두 시간을 안 넘긴다. 자리가 길어지면 대표가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을 하고 직원들은 따분한 얘기만 듣기 십상이기 때문이란다. 짧지만 강하게 ‘한 잔’ 하고 빨리 헤어지는 게 강 사장의 회식 원칙이다.
강 사장이 대표로 취임한 뒤 동양매직의 실적은 좋아졌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3544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5% 늘어난 322억원에 달했다. 작년 동양그룹에서 떨어져나와 사모펀드(PEF)인 NH-글렌우드에 매각된 뒤에도 조직에 큰 동요는 없었다. 강 사장은 “주인이 바뀐 뒤 위로금이 나오고 실적도 좋아졌다. 기업 매각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자”고 직원들을 다독였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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