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 반대에 막혀…첫삽도 못 뜬 대학 기숙사들

입력 2015-05-05 21:25
서울시·구청, 민원·갈등에 눈치
서울대·고대 등 인허가 못 받아

대학생들 "우리도 투표권 있다"
해당 구청 '주소이전 시위'도


[ 오형주 기자 ]
서울시내 주요 대학의 기숙사 신축이 인근 주민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반대 민원을 의식한 서울시와 해당 자치구가 관련 인허가를 내주는 데 주저하고 있어서다. 대학들은 행정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학생들은 투표권을 갖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해당 지방자치단체로 주소를 옮기는 ‘주소이전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해 서울 낙성대 인근 학교부지 1만8000㎡에 1000여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기숙사 신축계획을 내놓고 올초부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서울시가 세부시설조성계획 결정 고시를 내주지 않아 관악구청에 건축허가 신청조차 못했다”고 5일 말했다.

서울시가 고시를 미루는 것은 최근 다른 대학 기숙사 신축을 놓고 불거지고 있는 대학과 지역주민 간 갈등에 부담을 느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이화여대와 고려대 등에서 기숙사 신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상당히 컸다”며 “아직은 서울대 기숙사 신축과 관련해 제기된 민원이 없지만 좀 더 신중히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이화여대 기숙사 신축에 필요한 인허가를 내줬다가 지난달 10일부터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신촌 일대 주택 임대업자로 구성된 안산자연환경보존협의회 등 주민단체가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북아현숲의 녹지등급을 하향 평가해 이화여대에 기숙사 신축이 가능하도록 특혜를 줬다”며 감사원에 서울시와 서대문구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기 때문이다.

고려대도 2013년 12월 종암동 개운산 일대 학교부지에 학생 1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신축 계획을 발표했지만 성북구의회와 구청이 녹지 훼손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일부 학교는 소송에 나섰다. 학교 운동장에 학생 926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공 기숙사를 짓고 있는 경희대는 동대문구청이 주변 임대업자의 민원을 이유로 수개월째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자 지난해 11월 서울시에 행정심판을 청구해 건축허가를 받아냈다. 홍익대는 마포구청이 주민 반대를 이유로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자 2013년 10월 행정소송을 제기해 올해 2월 2심에서 승소했다.

구청들이 일방적으로 주민 편만 들면서 대학생들은 주소 이전을 통해 구청장과 지역 정치인에게 압력을 행사하겠다고 나섰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북구청이 원룸 임대료 하락을 우려하는 인근 임대업자의 눈치만 보고 있다”며 “학생들의 주소지를 성북구로 이전하는 운동을 벌여 지역사회 의사결정 과정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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