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비만 챙기고 '빈손'…다시 도마 오른 '국회 특위'

입력 2015-05-05 21:17
자원외교 특위, 청문회 한 번 못 열고 문닫아

여야, 증인채택 '지루한 공방'…결과보고서 채택도 힘들 듯
16개월간 회의 두 번만 열기도…18대 국회, 국민 혈세 50억 투입


[ 손성태 기자 ]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실정을 파헤치겠다며 만든 국회 ‘정부 및 공공기관 등의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청문회 한 번 열지 못하고 지난 2일 문을 닫았다.

청문회 증인 문제에 막혀 공방만 거듭하다 지난달 7일 25일간 활동기간을 연장했다. 하지만 4·29 재·보궐선거와 공무원연금 개혁 이슈에 묻힌 데다 증인 채택 문제로 지루한 공방만 일삼다 국민적 무관심 속에 조용히 활동을 끝냈다. 한 차례 기간 연장에도 불구하고 청문회가 무산되면서 자원외교 특위의 결과보고서 채택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여야는 그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며 공방을 이어갔다. 자원외교 특위 소속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5일 “지난해 국정조사에서 밝혀진 내용을 재탕 삼탕 우려먹으면서 재·보선에 정략적으로 이용한 야당이 ‘빈손 특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위 여당 간사를 맡았던 권성동 의원도 최근 “자원외교 특위는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망신주기식’ 정치 공세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특위 야당 간사를 맡았던 홍영표 의원은 “청문회가 무산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핵심 증인 출석에 대한 야당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새누리당은 천문학적 국부 유출의 진상을 규명하고 국부 유출을 최소화하라는 국민적 요구를 묵살하고,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덮기 위한 방패 역할에만 충실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여야가 정치·사회적으로 큰 현안에 대해 특위를 만들었다가 특별한 성과 없이 흐지부지 끝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여야가 서로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 ‘일단 특위부터 만들자’고 경쟁하듯 나섰지만 공방만 주고받으면서 제대로 된 결과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매번 ‘특위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2012년 구성된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특위는 16개월의 활동기간에 시작과 종료를 알리는 단 두 차례 회의만 열었을 뿐이다.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국조특위도 청문회를 열기는 했지만 여야 정쟁 끝에 결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조사 국조특위도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 간 신경전만 거듭하다 청문회를 열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아무 성과를 못 내는 특위가 ‘생명 연장’을 하는 관행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말 활동기간이 끝난 6개 특위 중 평창동계올림픽지원, 동북아역사왜곡대책, 지방자치발전, 창조경제활성화, 남북관계발전 특위 등 5개 특위가 여야 이견 없이 올 6월 말까지 기간을 연장했다.

특위가 이처럼 제 역할을 못 해도 활동비 명목(특위별 월 600만원, 위원장 월 600만원)으로 꼬박꼬박 국민 세금이 나가고 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평창동계올림픽지원특위 등 현재 가동 중인 10개 국회 특위의 회의 개최 횟수는 월평균 1.6회다. 특위 위원장은 회의 한 번에 375만원을 받는 것이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특위 30여개에 50억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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