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10~30% 올라도 '단맛' 못 본 펀드

입력 2015-05-03 21:35
하나UBS차이나·삼성자동차ETF·하이프리타겟 등 수익률 '역주행'

하나UBS 중국본토펀드 "홍콩법인서 직접 운용"

IT·자동차 등 일부 편입종목 중소형株 장세서 주가 부진
펀드 수익률 소폭 마이너스


[ 조재길 기자 ]
작년 말 중국 펀드에 가입한 황모씨는 최근 수익률을 확인해 보고 깜짝 놀랐다. 몇 개월 만에 40~50% 수익을 낸 펀드가 수두룩한데, 유독 자신의 펀드만 손실을 내고 있어서다. 그는 “주가지수 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하는데 보수를 꼬박꼬박 떼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 올 들어 국내외 증시가 달아올랐지만 ‘먼 산 불구경’하는 펀드도 적지 않다. 종목을 잘못 선택했거나 포트폴리오를 자주 교체한 게 주요 원인이란 지적이다.

◆코스피 11% 올랐는데도 부진

펀드 평가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들이 70~80개 종목을 엄선해 투자하는 액티브형 공모펀드 중에서 연초 이후 지속적으로 손실을 내고 있는 상품은 신한BNPP프레스티지코리아테크2(-1.28%), 하이프리타겟1(-0.74%) 등이다. ‘하나UBS IT(정보기술)코리아1’ ‘프랭클린그로스4’ ‘KB그린포커스’ 등은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2%대 수익률에 그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11.1%였다. 수동적으로 지수 변동만 따랐어도 10% 이상 수익을 낼 수 있었다는 의미다.

전자·전기 등 일부 편입 종목의 상승률이 부진했던 게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신한BNPP운용 관계자는 “다음카카오와 같은 IT 관련주에 집중 투자했는데 이들 종목의 성과가 부진했다”고 말했다. 하이프리타겟 펀드를 운용하는 하이자산운용 관계자는 “2003년 출시된 장수 펀드로, 목표 수익률을 정해놓고 운용하는 방식”이라며 “성장주 위주로 투자하면서 중소형주 장세였던 시장을 따라잡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신한BNPP 펀드의 주요 투자 종목은 삼성전자 다음카카오 네이버 SK하이닉스 아프리카TV 등이다. 하이프리타겟 펀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AK홀딩스 등을 담고 있다. 하나UBS IT코리아 펀드는 삼성전자 비중이 19%로 가장 높고, 네이버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LG전자 순으로 많이 담았다.

◆하나UBS, 중국 유일 ‘손해 펀드’

특정 업종의 흐름을 그대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중에서도 부진한 상품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게 ‘삼성KODEX자동차’ ‘삼성KODEX보험’ ‘미래에셋TIGER자동차’ 등 자동차·보험 펀드다. 관련 업종이 약세를 보이면서 수익률이 일제히 -1%대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중국본토펀드 중에도 역주행 펀드가 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올 들어 37.3% 급등한 가운데, 작년 7월 설정된 하나UBS 차이나A블루칩포커스 펀드 수익률은 -3.78%다. 전체 75개 중국본토펀드 중 유일한 ‘손해 펀드’다.

하나UBS자산운용 관계자는 “UBS 홍콩법인에서 중국 A주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라며 “작년 이익을 실현하려는 환매 요청이 많아 펀드 청산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모펀드에도 사모펀드와 같은 성과보수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운용 수익률이 높은 펀드에 대해선 운용사가 보수를 더 떼더라도 수익률이 낮거나 손해를 보면 보수를 받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고객이 막대한 손실을 보더라도 운용사는 전혀 손해 보지 않는 현재의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한경스타워즈] 대회 참가자 평균 누적수익률 40%육박! '10억으로 4억 벌었다'
[특집_가계부채줄이기] '그림의떡' 안심전환대출 포기자들, 주택 아파트담보대출 금리 비교로 '반색'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