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선 D-3…보수·노동당, 살얼음판 승부 속 '퍼주기 공약'

입력 2015-05-03 21:28
초접전…"어느 당이든 연정없인 집권 힘들 듯"

"5년간 소득·부가세 동결" 보수당, 복지확대로 선회
건강보험 예산 증액 등 노동당, 선심 공약 쏟아내


[ 박종서 기자 ]
영국 총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집권 보수당과 제1야당인 노동당이 복지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판세를 예측하기가 가장 어려운 선거로 평가될 만큼 ‘살얼음판’ 승부가 벌어지면서다. 650명의 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두 정당은 각각 270~28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론조사 회사들은 어느 정당이 제1당이 될지 서로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긴축 강조했던 보수당도 “복지 확대”

선심성 공약 전쟁은 노동당이 시작했다. 진보 성향의 노동당은 앞으로 3년간 에너지 요금 동결과 국민건강보험(NHS) 예산 증액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표심 공략에 나섰다. 노동당은 15만파운드(약 2억49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최고 50%의 소득세를 부과하고, 200만파운드 이상의 고가 주택 보유세를 올리는 방법 등으로 국민건강보험 예산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늘어난 예산은 의사 8000명과 간호사 2만명 증원 등에 사용된다.

부가가치세와 국민보험료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현재 6.7파운드인 최저임금을 2019년까지 8파운드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노동당 공약집에는 맞벌이 부부의 무료 보육시간 확대 방안도 포함됐다. 주당 15시간인 무료 보육시간(3~4세)을 25시간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재정적자 해소 관련 내용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선거 초반 긴축재정을 3년간 더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던 보수당은 노동당에 밀린다고 판단되자 복지 확대로 돌아섰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지난달 30일 버밍엄 유세에서 “재집권에 성공하면 향후 5년간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올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캐머런은 인상 금지를 아예 법제화하겠다고 못박았다. 국민건강보험료도 인상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보수당은 이미 주말병원 운영 등을 위해 국민건강보험 예산을 증액하고 3년 이상 공공주택에 거주한 임차인에게 해당 집을 저가에 매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터였다. 맞벌이 부부에 대한 무료 보육시간은 노동당보다 더 나아가 15시간에서 30시간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다수당 없어 ‘여소야대’ 가능성도

보수당과 노동당이 복지공약을 잇따라 내놓는 이유는 선거가 승부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안갯속’에 있기 때문이다. 최다 의원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당이 여론조사 결과마다 다르게 나타날 정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영국 총선은 역사상 가장 예상하기 어려운 선거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정치권은 보수당과 노동당이 복지공약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결국 군소정당과의 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모두 650석의 의원을 새로 뽑는다. 보수당과 노동당의 지지율은 33~34%로 각각 270여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323석을 확보해야 집권할 수 있는데 스스로의 힘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스코틀랜드국민당(SNP)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지지하는 SNP는 50석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노동당과의 연정으로 정권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 SNP의 정치 노선은 노동당과 비슷하다. 하지만 밀리밴드 당수가 SNP와 연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정국 예측은 더욱 어려워졌다. FT는 “두 정당 모두 집권할 수 있을 정도의 의석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여소야대 정국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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