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500만 시대…소비자는 싼 요금에 웃지만 사업자는 돈 못 벌어 '울상'

입력 2015-05-03 20:46
30~50% 저렴한 통신비에 가입자 4년만에 10배 급증
수익성 높은 LTE가입자 적어…업계 누적 적자 2500억원


[ 김태훈 기자 ]
통신요금 부담을 낮춘 알뜰폰 사용자가 500만명을 넘어섰다. 미래창조과학부는 3일 4월 말 기준 알뜰폰 가입자가 504만1306명이라고 발표했다.

2011년 40만여명에 불과하던 알뜰폰 가입자는 연평균 90% 이상 증가하며 4년 만에 열 배 이상 늘었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면 통신요금을 깎아주는 상품이 나오는 등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구글이 최근 미국에서 월 20달러에 음성통화를 무제한 사용하는 서비스를 내놓은 것도 알뜰폰 방식을 이용한 것이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유통업체 홈플러스는 최근 알뜰폰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알뜰폰 업계 전체적으로 누적 적자가 약 2500억원에 달하는 등 수익성이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확산되는 알뜰폰

알뜰폰은 통신망을 직접 깔지 않고 기존 네트워크를 빌려 제공하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말한다. 망 투자에 비용이 들지 않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에 비해 30~50%가량 저렴한 요금 상품을 내놓고 있다.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은 통신시장의 담을 낮춰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2012년 정부가 통신업체로부터 망을 빌리는 도매 대가를 크게 낮춰주는 등 제도를 정비하면서 가입자가 크게 늘기 시작했다. 알뜰폰이란 이름이 붙은 것도 이때다. 2011년 7월 47만여명에 불과하던 가입자는 2012년 말 127만여명, 2013년 말 248만여명으로 늘었고 작년에는 300만, 400만명 고지까지 연거푸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600만명 돌파까지 기대하고 있다.

알뜰폰의 장점은 저렴한 요금이다. 이마트 알뜰폰 가입자는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결제할 때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할인받을 통신요금을 확인할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생필품 등을 이마트에서 구매할 때 통신요금을 할인해주는 게 장점”이라며 “월 최대 6만원 이상 할인받을 수 있어 일부 사용자는 통신비를 한푼도 내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군복지단은 최근 알뜰폰을 이용해 부대 내 매점(PX)에서 휴대폰을 빌려주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장병들은 휴가나 외출 때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고 부대에서는 PX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기본료 없이 미리 충전한 금액만큼 저렴하게 통화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수익성 확보가 관건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영국 테스코 본사는 최근 한국 알뜰폰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알뜰폰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알뜰폰 사업에 뛰어든 업체는 27곳. 우체국을 통해 알뜰폰 판매 지원을 받고 있는 중소 사업자들은 지난해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었지만 업계 선두업체인 CJ헬로비전, SK텔링크 등 대기업들은 작년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기존 통신업체들과 비교해 LTE(4세대 이동통신) 등 수익성이 높은 데이터서비스 가입자(54만여명) 등이 부족한 탓이다.

해외 알뜰폰 업체 가운데는 멕시코 통신업체 아메리카모빌이 미국에 세운 트랙폰 와이어리스가 성공 모델로 꼽힌다. 트랙폰은 미국 내 인구 비중이 높은 히스패닉(라틴계 이주민)을 겨냥한 브랜드와 저렴한 서비스를 개발해 160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알뜰폰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독자 스마트폰 확보와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부는 가입자 500만명 돌파를 계기로 이달 중 알뜰폰 활성화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경만 미래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27개 알뜰폰 업체의 다양한 서비스를 홍보하고 비교 구매할 수 있는 허브 사이트를 이달에 열 계획”이라며 “올 9월 만료되는 알뜰폰업체들의 전파사용료 면제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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