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 양병훈 기자 ] 부동산 매매계약을 해지하려면 약정한 계약금의 일부만 받았어도 전체 계약금을 상대에게 물어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아파트를 사려고 했던 김모씨가 팔려고 했던 주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는 계약금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2013년 3월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를 11억원에 사기로 주씨와 계약했다. 계약금 1억1000만원 가운데 1000만원은 당일에 주고 나머지 1억원은 다음날 주씨의 은행 계좌로 넣기로 했다. 다음날 주씨는 “시세보다 지나치게 싼값에 계약했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나머지 계약금을 받기로 했던 계좌를 폐쇄했다.
민법 565조 1항은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계약금을 줬을 때 준 사람은 이 돈을 포기하고 받은 사람은 그 배액을 줌으로써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두 사람은 계약서에서 이 내용을 확인했으며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액도 계약금인 1억1000만원으로 정했다. 그러나 주씨는 먼저 받았던 1000만원의 두 배인 2000만원만 해약금으로 공탁했다. 김씨가 준 1000만원을 돌려주면서 여기에 자신의 돈 1000만원을 얹은 것이다.
김씨는 계약 해지를 통보한 뒤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소송에서 김씨는 “해약금의 기준은 실제 받은 돈이 아닌 애초에 약정한 전체 계약금”이라고 주장했다. 주씨는 “계약금 일부만 받은 상황이라 받은 돈의 배를 배상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맞섰다.
법원은 “전체 계약금을 해약금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실제 받은 돈의 배만 돌려주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면 이는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의사에 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은 이번 사건이 해약금 청구 소송이 아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인 점을 감안해 주씨가 김씨에게 8700만원만 주도록 했다. 원고를 대리한 로티스 합동법률사무소의 최광석 변호사는 “대법원이 해약금 기준을 전체 계약금이라고 명확히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한경스타워즈] 대회 참가자 평균 누적수익률 40%육박! '10억으로 4억 벌었다'
[특집_가계부채줄이기] '그림의떡' 안심전환대출 포기자들, 주택 아파트담보대출 금리 비교로 '반색'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