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군수산업 '한우물'…혁신으로 위기 속 승승장구…일당 1억원 '연봉 퀸' 오르다

입력 2015-04-30 07:04
메릴린 휴슨 록히드 마틴 회장 겸 최고경영자

"군수산업 모르는 것이 없다"
인구 2만여명 캔자스 시골 출신…본사·자회사 오가며 32년 근무
풍부한 경험에 전문성 쌓아 이사회 만장일치로 CEO로 추대

연봉순위 10위 이내 유일한 여성
美 재정긴축 압력에 군수업체들 '흔들'…과감한 구조조정으로 好실적 이끌어
재생 에너지 등 신사업도 적극 발굴…"더 좋은 제품 위해선 돈 아끼지 말라"


[ 박종서 기자 ]
전 세계 주요 군수업체 최고경영자(CEO)는 대부분 여성이 꿰차고 있다. 유로파이터를 생산하는 영국 BAE(린다 허드슨)이 그렇고, F-16 전투기를 마드는 미국 제너럴 다이내믹스(피비 노바코비치)가 그렇다. 그 가운데서 가장 두각을 보이는 여성 CEO는 세계 최대 군수업체 록히드 마틴의 메릴린 휴슨(61)이다.

휴슨은 지난해 미국 500대 상장기업 연봉 순위에서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10위 안에 들면서 ‘연봉 퀸’으로 등극했다. 지난해 휴슨이 받은 돈은 3370만달러(약 370억원)다. 일당이 1억원인 셈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포브스지(誌)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의 여성에 선정되竪?했다. 인구 2만3000여명의 작은 도시 캔자스주(州) 정션시티에서 1954년 태어난 휴슨이 스물 아홉 살에 록히드 마틴에 입사한 후 32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1983년 록히드 마틴 첫발

휴슨은 1983년 선임 엔지니어로 록히드 마틴에 첫발을 디뎠다. 앨라배마주립대에서 경영학으로 학사학위를, 경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나서다. 이후 휴슨은 승진과 전보가 반복되면서 직책이 열여덟 번 바뀌고, 본사와 자회사를 오가면서 여덟 번의 이사를 다니는 동안 단 한 번도 록히드 마틴을 떠나지 않고 군수산업에서 한우물을 팠다.

2013년, 휴슨은 마침내 록히드 마틴의 회장 겸 CEO에 올랐다. 누구도 그녀가 ‘록히드 마틴호(號)’의 선장으로 결정됐다는 것에 대해서는 토를 달지 않았다.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휴슨을 조직의 1인자로 추대했다. 군수산업이라면 모르는 것이 없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전문성을 갖춘 데다 자회사 CEO 등을 통해 경영자로서 자질까지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휴슨은 시스템 통합부문 사장을 포함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부문 부사장, 물류서비스 부문 사장 등을 맡았고 그때마다 탁월한 성과를 냈다. 휴슨은 록히드 마틴의 샌디아국립연구소 사외이사를 역임했고 2013년 9월에는 오바마 정부의 수출위원회 위원으로도 선임됐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

휴슨은 록히드 마틴 회장에 오르자마자 경영능력을 과시했다. 2013년 미국은 ‘재정절벽’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긴축재정에 대한 압력이 커졌다. 록히드 마틴 같은 군수업체들에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미국이 국가부채를 감축하기 위해 정부 지출을 줄이기로 하면서 최신 무기 도입사업 등이 가장 먼저 뒤로 밀렸다.

휴슨은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조직 통합과 임금 삭감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다. 결과는 실적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록히드 마틴의 주가는 1주당 160달러에서 193달러로 20%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대표기업들이 포함된 S&P500의 지수 상승률 11.4%를 크게 웃돈 수치다. 배당률도 3%를 기록했다. S&P500 평균은 2%도 안 된다. 휴슨은 미국 정부의 방위지출 축소로 좋은 실적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보기 좋게 깨뜨렸다. 24일 현재 주가는 195달러다. 휴슨이 “그 어느 때보다 잘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난 데는 탄탄한 실적이 자리잡고 있다.

실적 개선은 연봉 상승으로 이어졌다. 휴슨의 지난해 연봉은 3370만달러다. 기본 급여는 140만달러에 불과하고 보너스가 대부분이다. 주식 보상으로 890만달러를 받았고 성과급으로 710만달러를 챙겼다. 연금 가치 상승 등에 따라 1580만달러의 추가 소득도 발생했다. 휴슨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의 여성에 선정되는 영광도 누렸다. 포천지(誌)는 2010년부터 3년 연속 ‘비즈니스에서 가장 파워풀한 50인의 여성’으로 꼽았다.

연구 개발부터 인력 채용까지 혁신 강조

휴슨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 가운데 하나는 혁신이다. 그는 록히드 마틴의 모든 사업 부문이 연구개발에 더 많은 자금을 사용하도록 했다. 군수산업에 필요한 극초음속, 재료과학, 사이버보안 분야에서는 돈을 아끼지 말라고 요구할 정도다. 혁신의 기반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다. 휴슨은 “록宕?마틴을 관통하는 주제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혁신”이라며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더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투자 결정과 인력 채용 등 모든 분야에서 경영활동을 혁신해 나가겠다고”고 강조했다.

휴슨은 신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재생 에너지, 해양 등 자연 에너지 분야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바닷물의 저비용 담수화, 상업용 수경재배, 해수온도를 이용한 에너지 개발 등을 돌파구로 삼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금 팔고 있는 제품의 생산 비용을 줄이는 데도 열심이다. 최신형 전투기인 F-35의 가격을 더 낮춰 시장을 넓히려는 시도가 좋은 사례다. 휴슨은 가격을 낮출 수 있으면 더 많은 전투기를 팔 수 있게 되고 판매량이 늘어나면 생산단가가 더 떨어지는 선순환을 노리고 있다. 록히드 마틴은 이 같은 노력으로 F-35의 매출이 휴슨이 회장 겸 CEO를 맡은 이후 1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휴슨은 회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사이버보안처럼 중요한 분야에서 더 많은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면 오랫동안 라이벌 관계에 있었더라도 개의치 않을 생각”이라며 “성공의 기회가 있다면 적군과 아군을 따지지 않고 협력하는 경영전략을 펴겠다”고 말했다.

휴슨은 오는 6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한 목적과 면담 대상자 등 상세한 내용은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도입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나 전투기 거래와 관련된 협의를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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