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연구소 로비에 있는 조그만 탑

입력 2015-04-29 20:56
수정 2015-04-30 05:00
R&D는 혼을 담아
기업의 탑 쌓는 일
대기업·中企 상생
국가 R&D 성장 기반

윤 동 한 < 한국콜마 회장 yoon@kolmar.co.kr >


우리 회사 연구소 로비에는 ‘연구논문탑’이 있다. 성인 남자 키보다 큰 이 탑은 회사 연구원들이 연구개발(R&D)한 화장품 처방과 연구노트, 논문들을 쌓아 올려 만든 것이다. 로비에서 한 층 올라가 연구실 문을 열면 국내외에서 받은 인증과 특허들이 벽면과 장식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300명의 연구원과 380건의 특허 출원 보유, 우리 회사 수식어 중 일부다.

연구노트는 연구자가 수행하는 연구, 실험 등 모든 과정을 기록하는 노트다. 연구원의 혼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권의 연구노트를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열정과 땀이 담기는지 알기에 노력에 대한 보상을 고민하게 됐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연구논문탑’이다.

연구노트와 논문을 탑으로 쌓은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예로부터 “정성을 다하는 일은 탑을 쌓는 것처럼 하라”고 했다. 한 단계 한 단계 쌓는 과정은 정성이 들어가고 그런 만큼 목표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탑이 높이 쌓일수록 회사는 성장했고 연구논문탑의 높이와 연구원의 자부심이 비례함을 느꼈다. R&D는 한계를 알면서도 계속 쌓아 올리는 노력이다.

노자는 ‘합포지목 생어호말(合抱之木 生於毫末), 구층지대 기어누토(九層之臺 起於累土)’라고 했다. ‘아름드리 나무도 털끝만 한 싹에서부터 자라났고, 9층의 누대도 작은 돌을 하나씩 쌓아 올리는 데서 시작한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의 R&D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R&D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또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핵심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R&D야말로 차별 포인트가 되고 기업 성장의 에너지가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이 선진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R&D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R&D 전략은 기업 규모에 따라서 다르게 진행되면 더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다.

대기업은 신기술·신물질 개발과 같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장기간 진행하는 R&D 분야에 집중하고, 중소·중견기업은 기존 기술 개량을 통해 연구 효율성을 높이거나 융합 기술을 개발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윤 동 한 < 한국콜마 회장 yoon@kolmar.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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