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는 공학보다 법·철학에 가까워…문과 대학생의 SW행은 시대적 흐름"

입력 2015-04-29 20:54
'국내 전산학 박사 1호' 문송천 KAIST 교수

인문학·SW 연계한 전공 개설하면
취업난 해결 등 시너지 효과 클 것


[ 오형주 기자 ] “소프트웨어(SW)는 물리학도 전자공학도 아닌 법과 논리의 세계입니다. 이과보다는 문과 출신이 더 잘할 수 있죠.”

‘한국 전산학(컴퓨터공학) 박사 1호’로 국내에서 처음 프로그래밍을 시작한 문송천 KAIST 경영대 교수(63·사진)는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소프트웨어는 공학보다는 법학과 철학에 더 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교수는 서울대 등 주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하는 문과 대학생이 크게 늘고 있는 현상(본지 4월17일자 A 1, 3면 참조)에 대해 “문과적 소양이 중요한 소프트웨어가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는 시대적 흐름을 학생들이 간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프로그래밍에는 수학 공식이나 물리 화학 생물 등이 단 한 줄도 나오지 않는다”며 “문과 전공자가 충분히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예로 빌 게이츠(미국 하버드대 법대 중퇴)와 스티브 잡스(리드대 철학?중퇴)를 들었다.

문 교수는 소프트웨어와 법학 간 유사성을 ‘양파 구조’에서 찾았다. “법학은 자연법이 헌법을, 헌법이 민법을, 민법이 형법을 완벽히 감싸는 양파 구조”라며 “소프트웨어 역시 하드웨어를 운영체제(OS)가 감싸고 OS는 데이터베이스(DB) 엔진이 감싸는 양파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래밍을 잘하려면 수학과 물리 등 이과적 기초보다는 논리력 및 법칙과 순서를 잘 지키는 꼼꼼함을 갖춰야 한다는 게 문 교수의 지론이다. 그는 “과거 KAIST 전산학과에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학생이 입학했지만 물리·통계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끝내 자퇴했다”며 “만약 프로그래밍만 배우고 평가를 받았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문 교수는 최근 ‘인구론’(인문계 대학 졸업생 90%가 논다)으로 대변되는 취업난의 해법으로 인문대에 소프트웨어 연계 전공을 개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예컨대 ‘철학-소프트웨어학과’ 등 인문학과 소프트웨어를 절반씩 배울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는 “인문학에 소프트웨어를 접목하면 놀라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시절 철학 서적을 즐겨 읽는 문과생이었다는 문 교수는 1970년 대학 입시를 앞두고 이과로 진로를 바꿔 국내 최초 컴퓨터학과인 숭실대 전산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컴퓨터가 앞으로 유망할 것이라고 생각해 이과적 기초가 없음에도 과감히 전산학과를 택했다”며 “대학 1학년 때부터 혼자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1985년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전산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KAIST 교수로 재직하며 아시아 최초의 DB엔진 ‘IM’을 개발한 그는 국내 최고 기업 DB·보안 전문가로 꼽힌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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