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기업에 자살행위 강요하는 주장들

입력 2015-04-29 20:49
수정 2015-04-30 05:06
동력 상실한 30대그룹 이익 반토막
소득주도성장·법인세 인상론 악재
양질 일자리 위한 맞춤전략 필요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前한국금융연구원장 >


우리 청년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일자리는 대기업, 공기업, 금융회사, 공무원 등이다. 상황이 이러니 30대 그룹에 속한 1162개 기업이야말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요한 기업들이다. 그런데 이들 30대 그룹에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로 대표되는 삼성그룹, 현대차그룹의 ‘전차(電車)군단’은 2014년 33조7000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2010년에는 38조원 정도였으니 4년 새 11.5% 감소한 것이다. 그런데 ‘전차군단’의 이익 규모가 30대 그룹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에서 81%까지 증가했다. 나머지 28개 그룹의 이익이 같은 기간 42조1000억원에서 7조9000억원까지 5분의 1로 급감해서다. 이러다 보니 30대 그룹 전체 이익도 80조1000억원에서 41조6000억원까지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이익은 기업이라는 자동차를 굴러가도록 하는 연료다. 이익이 줄면 해당 비즈니스의 규모를 줄이거나 비즈니스 자체를 접어야 한다. ‘전’과 ‘차’를 ┸洑?철강, 조선, 석유화학, 기계, 건설 등 전통적 성장동력분야가 흔들리고 있다. 이러다 보니 30대 그룹의 2014년 고용은 전년 대비 1.3%밖에 증가하지 못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근 소득주도 성장이나 법인세 인상 같은 주장들이 제시되고 있다. 전자는 임금을, 후자는 세금을 올리자는 주장이다. 임금은 근로자 입장에서는 소득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비용이다. 임금을 올리면 생산비가 늘고 결국 기업은 제품 가격을 올리든지 이익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최근 세계적 경기침체 상황에서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은 물건을 안 팔겠다는 자살행위에 가깝다.

인구 3억명의 미국 경제는 대표적 내수 중심 경제다. 내수 중심 경제에서는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사실상 30년 이상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6% 규모의 적자도 관찰된다. 그러나 미국은 끄떡없다. 자신이 발행하는 달러가 남들이 다 쓰는 기축통화이다 보니 달러로 결제하면 된다. 반면 한국은 인구가 5000만명 수준이고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다. 우리는 1996년 GDP의 4.2% 수준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1997년에 외환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다. 외환위기를 당할 수 있는 ‘원죄’를 가진 비기축통화국이 내수 중심 경제로 가는 것은 힘들다. 그런데 소득주도 성장은 내수 중심 경제에나 어울리는 얘기이지 우리하고는 맞지 않는다. 독일은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시절 소위 ‘하르츠 개혁’을 통해 임금을 억제하고 노동비용을 감소시킴으로써 유럽 역내 시장을 장악하며 ‘유럽의 슈퍼스타’로 부상했다. 임금을 함부로 올리다가는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전사(戰死)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법인세는 ‘조세의 전가(轉嫁)’가 일어날 수 있는 세금이다. 법인세를 올리면 오너 경영인이 세금을 더 내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제품 가격이 올라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거나 납품 가격이 떨어져 ‘협력업체 부담’이 증가하고 임금이 동결되면서 ‘근로자 부담’이 늘어난다. 조세의 전가가 일어나는 세금을 건드리는 것은 좋은 정책이 아니다. 많은 국가들이 법인세 인하를 계획하거나 실행하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법인세를 인하해 기업을 우대하면 기업이 일자리를 늘려 ‘근로소득세수’가 늘고, 배당이 증가해 ‘배당세수’가 증가하고, 제품 판매가 증가하면서 ‘소비세수’나 ‘부가세수’가 더 늘어난다. 앞에서 밑지는 듯 보이지만 뒤에서 더 짭짤해진다. 법인세율을 올려도 지금처럼 기업 이익이 줄어들면 법인세수는 감소하고 청년들의 얼굴에는 주름살이 드리우고 복지에 쓸 재원은 줄어든다.

최근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정치 이슈도 중요하지만 먹고사는 경제 문제는 더욱 더 중요하다.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국가적 관심사가 미래 먹거리 창출, 기업경쟁력 제고, 영업환경 개선, 본격적 규제완화 등 경제 이슈로 바뀌어야 한다. 지체할수록 기회는 사라진다. ‘쿠오바디스(어디로 가나), 한국 경제?’

chyun334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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