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밀레니엄포럼] "공무원 월평균 470만원 받아…임금 걸맞게 생산성 높여야"

입력 2015-04-28 21:16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공무원들 머릿속에 공공성이란 말 깊이 박혀…이제는 효율성도 중요
삼성도 보통 사람 뽑아 최우수 인재로 만들어…중요한 건 인재육성 시스템
공무원 전문성 확보 위해 3년이상 한부서 근무하면 승진에 유리하게 만들 것


[ 강경민 / 박상용 기자 ]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28일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의 당위성과 공무원의 전문성 확보 등 공직사회 혁신에 대해 소신을 밝혔다. 삼성그룹에서 37년간 인사 업무를 맡았던 삼성맨 출신인 이 처장은 지난해 11월 처장으로 임명된 뒤 5개월간 몸소 체험한 공직사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처장은 “공직사회에는 ‘이상한 것’ ‘다른 것’ ‘없는 것’이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상한 것’은 무슨 일을 하려면 공무원들이 규정 때문에 안 된다는 말을 한다는 것”이며 “‘없는 것’은 국민 눈높이와 시대에 맞는 공무원 인재상과 그에 따른 능력개발 목표 및 투자”라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다른 것’은 공직사회가 효율성보다 공공성을 더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국제사회에서 경쟁하기 위해선 정부도 효율성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국가경쟁력 평가기관들의 조사를 보면 한국 민간 부문은 경쟁력이 있는데 공직은 약하다. 민간 부문에 비해 떨어져 있는 공직사회 경쟁력을 어떻게 제고할지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또 삼성 인재와 공무원들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공무원은 평균 1년2개월마다 보직을 이동하는데, 공무원들은 보직 이동이 본인 역량과 커리어가 올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제사회에서 봤을 때 과연 전문가라는 공무원이 존재할까. 많은 사람이 지적하지만 뿌리가 깊어 고치지 못하고 있다. 3년 이상 한 부서에서 근무한 공무원들이 승진에 유리하도록 제도를 바꾸겠다. 보직을 빨리 옮기는 사람에겐 불이익을 줄 것이다. 삼성은 정확히 얘기하면 우수한 인재가 들어와서 능력을 발휘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적당한 인재가 들어오면 교육해 훈련하는 육성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들이 몇 년이 지나면 누구와도 경쟁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로 성장하게 된다. 삼성은 세계적으로도 교육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기업이다. 외부 전문가를 많은 돈을 들여 영입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반면 공무원은 고시를 통해 우수한 인재를 뽑는다. 이들이 5년쯤 지나면 전문성을 어떻게 확보해야 할지 고민이 생긴다. 제가 공공성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경쟁하려면 효율성이 중요하다. 정부 공공성의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다시 한 번 짚어봐야 한다. 공공성이란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30㎞ 떨어진 다섯 가옥을 위해 전기를 넣어주는 것이다. 공무원의 머리에 공공성이라는 단어가 너무 깊이 들어 있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이번 정부 들어 공무원에 대한 채찍이 늘어났다. 공무원 월급이 민간에 비해 30% 적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우수한 공무원을 뽑을 때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지적도 있다. 예전에 개방형 고위 공무원 임용 심사를 한 적이 있는데, 공무원과 경쟁이 안 되는 사람을 후보에 올려놨다. 심사를 맡았다는 사실을 알고 어마어마하게 전화를 받은 적도 있었다. 형식적이고 각색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점을 어떻게 보완해야 하나.

▷이 처장=공무원 봉급 수준은 알려진 바와 다르다. 한국 근로자 1000만명의 평균 임금이 월 200만원이다. 공무원은 월 평균 470만원이다. 이건 연금을 뺀 금액이다. 물론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일류 대기업과 비교하면 적다. 하지만 생산성 대비 임금이 과연 낮은지를 봐야 한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공직사회의 혁신을 위해선 개방형 직위가 불가피하다. 개방형 직위 임용제는 김대중 정부 때 시작했는데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20년간 경험을 쌓은 공무원과 동일선상에서 경쟁하면 100% 질 수밖에 없다. 갑자기 공직사회로 와서 10년차 과장만큼 일을 하라고 하는데 (민간 인재에게)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줘야 한다. 또 감사관과 공보관에 개방형 직위를 개방하는 건 전혀 소용이 없다. 국·과장급 중 핵심 자리에 민간인을 영입해야 한다.

▷이 처장=사실이다. 역량이 부족한 민간인을 들여놓고 공무원과 경쟁을 시킨다. 현재 65곳 직위에 민간인이 들어와 있고, 나머지 개방형 직위는 공무원이 맡고 있다. 이렇게 해선 안 된다. 반드시 민간인을 뽑아야 하는 경력 개방형 민간 직위를 도입할 것이다. 대부분 국·과장급 직위이기 때문에 부처에서 상당한 저항이 있다. 민간 인재를 빠른 시일 내 150명 수준까지 늘릴 것이다. 민간 인재에 대한 배척감을 없애고, 전문성 확보를 위해 외부에서 인재를 들여오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장종현 (주)리마(전 비앤엠씨코리아) 대표=어느 나라의 공무원 제도를 롤모델로 삼고 있나. 예전에 싱가포르 공무원들과 같이 일해 본 적 있는데, 싱가포르 고위 공무원의 연봉은 웬만한 민간 기업보다 높다. 이에 공무원노조들이 들고 일어나자 고 리콴유 전 총리가 신문 2개 면에 기고를 했다. 고위 공무원에게 많은 월급을 주는 이유는 부패를 막기 위해서라는 내용이었다. 공무원은 돈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니만큼 공무원 본인과 그 가족까지도 부패로부터 멀어지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처장=저도 싱가포르 공무원 시스템을 좋아한다. 이유는 상당히 효율 중심이라는 것이다. 작은 나라의 경쟁력을 만드는 요인이다. 한국에서 공무원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이유가 공직이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최소한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공직의 길을 간다고 생각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싱가포르 공직사회처럼 됐으면 좋겠다. 공무원의 임금이 일류蓚胎낮?되는 것을 꿈꾸지만 생산성과 경쟁력이 담보돼야 한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공무원 개인의 경쟁력은 우수한데 정부 조직의 경쟁력은 민간기업에 비해 굉장히 떨어진다. 고위 공직자들이 보직을 어떻게 수행하는지에 대한 교육시스템과 인수 과정에 대한 지침도 없다. 민간기업은 임원만 해도 엄청난 교육을 거친다. 막중한 업무를 수행하는 국장급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또 지방정부의 경쟁력도 심각한 문제다.

▷이 처장=경쟁력은 결국 사람의 문제다. 과장과 국장이 되기 전에 제대로 교육하는 시스템으로 바꿀 것이다. 인사혁신처 산하 중앙공무원교육원을 국가인재개발원으로 바꿔 인사혁신시스템의 틀을 바꿀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무원인재개발법 개정안을 다음달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중앙과 지방정부가 경쟁력 차이가 나는 것도 맞다. 지방정부도 같이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허노중 신영증권SPAC 대표=공무원 생활을 해보니 조직과 사람은 직결돼 있다. 좋은 사람을 뽑아놓고 일을 안 시키는 것이다. 책임과 권한을 줘야 한다. 말로만 창의성을 발휘하라고 하면 안 된다. 대통령이 해야 하는 일도 장관에게 책임과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닌가.

▷이 처장=약간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공직사회의 낭비와 효율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지 모든 공무원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모든 공무원을 혁신의 대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저도 경험했는데 민간인 장관이 임명되면 직원들이 인사 서류를 들고 와서 결재해 달라고 한다. 1주일 된 장관이 무엇을 알 수 있겠나. 그렇다고 결재를 하지 않으면 다음날부터 업무가 돌아가지 않는다. 공무원을 이렇게 만드는 시스템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인사가 만사라고 하는데 공기업 인사가 6개월 넘게 지연되는 건 다반사다. 과연 이런 게 효율성인가. 기관장 없이 기관이 움직이겠나. 이런 측면에서 인사혁신처장 혼자서 다 인사 혁신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젠 대통령이 나설 때라고 본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인사를 지연시키지 않겠다고 해야 한다.

▷이 처장=제가 보건대 장관이 갖고 있는 권한이 굉장히 크다. 그 권한을 사용할 수 있는 장관의 개인적인 성향에서 비롯된 게 크다. 인사 문제가 늦어진 건 여러 이유가 있다. 앞으로 빨라질 것이다. 시스템이 정착돼 가고 있다고 이해해 달라.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인사혁신처가 있는데도 총리실이 인사혁신추진위원회를 두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이 처장=인사혁신처는 총리실 산하다. 다른 부서의 협조를 받기 위해선 총리실의 협조가 필요하다. 인사혁신추진위원회는 우리가 요청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인사혁신을 전 부서에 확산시키기 위해 차관급들로 구성한 위원회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