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인 "대학에도 적자생존 원리 적용해야"

입력 2015-04-28 21:08
대학 평가 잣대는 엄격히…재정 혜택 '나눠먹기'는 곤란
대통령제 역사적 소임 다해…내년 총선 후 개헌 골든타임
재벌 총수 등 경제인 사면은 개인 욕심 없다면 관용 필요


[ 오형주 기자 ] 성낙인 서울대 총장(사진)이 정부의 대학 정책에 ‘적자생존의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총장은 28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초청 세미나에서 “지금 대학은 변화하는 역동적인 사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제 적자생존의 원리가 대학사회와 교육정책에 좀 더 드러나야 할 시점에 왔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이날 각 대학을 상대로 대학구조개혁평가(1단계 면접평가)에 들어갔다.

성 총장은 “앞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도태하는 대학이 해마다 몇 개씩 나올 것”이라며 “평가에 따른 정부의 재정 지원 혜택이 대학 간 ‘나눠 먹기’식으로 이뤄져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프랑스에서 열린 ‘대학과 기업의 만남’ 행사에 외국 대학 총장으로는 처음 기조연설을 한 성 총장은 “프랑스가 파리 남쪽에 17개 대학 연구소가 밀집한 클러스터를 세우고 있는 등 세계 각국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학협력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시대는 지성과 함께 공공성으로 무장한 따뜻한 가슴을 지닌 인재를 요구한다”며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인간의 근본 문제를 다루는 ‘인간학개론’ 등의 강좌를 2학기에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05년 서울대가 도입한 지역균형선발제도가 효과를 거두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역균형 출신 졸업생의 진로 등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며 “모든 모집단으로 확대해 이미 잘 다듬어진 다이아몬드보다는 ‘숨은 진주’를 찾겠다”고 했다.

저명한 헌법학자인 성 총장은 최근 제기되는 개헌론과 관련, “내년 4월 총선 직후가 개헌을 논의할 골든타임”이라며 “권력구조와 국가 정체성의 두 가지 측면에서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장기 집권 폐해의 청산이라는 나름의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며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총리에게 나누는 ‘책임총리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행사에서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애국가, 태극기, 수도(首都) 등 국가 정체성을 확인하는 조항도 헌법에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석인 총리직을 맡아 달라는 제의가 오면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성 총장은 “서울대 총장 외 총리 등 다른 공직에 나서는 것은 나 자신이 탐욕의 曆?들어가는 거라 생각한다”며 “제가 부족해 제의가 없겠지만 설사 제의가 오더라도 능력을 넘는 자리다. 총장 임기 4년을 충실히 다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 대한 두 차례 사면을 둘러싼 논란에는 “유사 이래 대통령 사면권 행사에 대해 아무런 통제가 없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재벌 총수 등 경제인 사면에 대해서는 “자기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횡령·배임을 했느냐를 따져야 한다”며 “개인의 사욕이 없었고 기업의 발전 과정에서 불가피했다면 법적으로 인정하는 관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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