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
[ 박종필 기자 ]
“우린 선거에 관심이 없어요. 그놈이 그놈이지….”
4·29 재·보궐선거 현장엔 각 선거캠프의 구호만 요란할 뿐 시민들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등으로 유권자의 정치 무관심이 ‘정치 혐오(정치포비아)’로 악화하는 분위기마저 곳곳에서 감지됐다. 선거 유세장마다 20~40대 젊은 층이 드물었고, 간혹 만나는 젊은 유권자도 선거에 대해 묻기라도 하면 손사래부터 쳤다.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소속의 한 공무원은 “퇴근길 투표 독려 피켓 홍보를 하면 장년층 어르신을 빼고는 거의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재·보선은 총선, 대선, 지방선거에 비해 투표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지난 24, 25일 진행된 사전투표의 투표율은 7.6%로 지난해 7·30 재·보선 투표율(7.98%)보다 낮았다. 유세장에서 지지후보를 물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그놈이 그놈”이라는 식의 ‘정치포비아’ 감정을 드러냈다.
투표층이 한정된 보궐선거는 대표성을 가진 인물이 뽑히지 않고 정치세력화된 소수단체에 휘둘린다는 지적도 나온 ? 이번 유세 현장에서도 일부 단체들이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가 하면 상대 후보에 대한 역정보를 흘리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증언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선거 때만 되면 지지선언을 미끼로 정책연대를 요구하는 일부 정치노조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20대 총선을 준비 중인 한 정치 신인은 “출마를 염두에 둔 지역구에 방문했다가 특정 단체로부터 ‘빈손으로 왔느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여야 정치권이 추진하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는 예비후보까지 유권자 손으로 뽑자는 제도다. 유권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조건으로 한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 사례에서 보듯 본선에도 관심이 없는 유권자들이 예비후보를 뽑겠다고 투표장으로 나올지는 의문이다. 거꾸로 예비선거 단계에서부터 소수 정치세력이 표심을 왜곡시켜 공천절차가 더 혼탁해질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많다. 정치제도 개혁보다 급한 것은 정치 무관심을 넘어 유권자들 가슴에 자리 잡은 ‘정치 불신’ ‘정치포비아’부터 걷어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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