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보다 엄격한 '온실가스 규제'…비용부담 커 줄줄이 투자 철회

입력 2015-04-27 20:55
외국기업 내쫓는 배출권 거래제

전경련 40여社 조사 "외자 이탈 우려"
공장 신·증설 중단…채용 계획도 취소
글로벌기업 "韓법인 일감, 中에 빼앗겨"


[ 강현우 기자 ]
유럽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 기업의 한국지사인 A사는 최근 본사가 추진하는 9000억원 규모의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 유치에 나섰다가 배출권 거래제라는 암초를 만났다.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나서면 전기를 많이 써야 하는데, 전기 사용도 ‘온실가스 간접 배출’이라는 명목으로 배출권 거래제의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할당받은 배출권이 기존 설비를 돌리기에도 빡빡했던 A사는 결국 투자 유치를 포기했다. A사 관계자는 “배출권 구매 비용을 추가하면 앞으로도 본사의 대형 투자를 따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전기 사용도 온실가스로 규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적용을 받는 40여개 주한 외국계 기업의 투자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A사처럼 투자 유치를 포기했거나, 글로벌 본사가 한국 생산 물량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 사례가 많았다. 배출권 킹≠?시행 전부터 기업들이 제기한 투자 감소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A사의 경우 산업계에서 불합리한 이중규제라고 지적한 간접 배출 규제의 부작용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전경련은 분석했다. 정부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나 열, 증기 등을 쓰는 기업도 배출권 거래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대학교나 병원, 대형마트 등도 온실가스 규제를 받는다.

전경련은 “A사처럼 간접 배출 규제 대상 기업은 자체 배출권 제한 부담에 발전소 등 전기 생산자의 비용까지 더해 이중 부담을 진다”며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는 유럽에서도 간접 규제는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생산 감축 외엔 방법이 없다”

배출권 비용 부담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신규 설비투자 계획을 보류하거나 생산을 감축하는 외국 기업도 나타났다. 대규모 생산라인 신·증설을 추진하던 B사는 2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을 보류했다. 150명 채용 계획도 철회했다. C사도 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중단했다.

D사는 배출권 거래제 시행 이전에 대규모 투자로 연간 생산능력을 50% 늘렸지만 설비를 놀리고 있다. D사 관계자는 “본사에 연매출 6000억원 규모의 증산 허가를 요청했으나 본사가 배출권 거래제에 따른 원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어 다른 지역에 배정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E사는 정부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설비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본사가 매출 60억원에 해당하는 일부 물량을 중국 공장으로 이관했다.

외국계 기업들은 투자 위축 외에 업무량과 외부 컨설팅 등에 따른 비용 증가도 우려하고 있다고 전경련은 진단했다. 최근 실적이 좋지 않은 합작법인 중에는 외국 본사가 합작을 종료하고 투자 회수를 고려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현재 수립 중인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나오면 외국 자본 이탈과 일자리 감소 등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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