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세상 보성 녹차밭서 감성 충전하고
가평 쁘띠프랑스 '어린 왕자'와 꿈을 꾸다
[ 최병일 기자 ]
5월1일부터 관광주간이 시작됩니다. 관광주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전국 지방자치단체, 민간기업이 합심해 국내관광 진흥을 위해 마련된 제도입니다. 여행을 여름 휴가철에만 가지 말고 꽃이 화사한 봄철이나 단풍 고운 가을에도 나눠 가자는 것이 관광주간을 만든 이유입니다. 여행은 단지 놀러 가는 것이 아닙니다. 여행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게 됩니다. 더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봄 관광주간에는 어디로 놀러가시겠습니까. 문체부와 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관광지 100선 가운데 가족과 함께 가볼 만한 여행지 7곳을 골랐습니다. 관광주간에 숙박시설 음식점 등에서 실속 있게 할인도 받고 가족 간 사랑을 더 두텁게 하는 여행을 떠나보세요.
작은 유럽이 숨쉬는 가평 쁘띠프랑스
쁘띠프랑스는 한국에서 유일한 프랑스 테마파크다. 설립자인 한홍섭 회장은 100여차례의 프랑스 방문과 20여년의 준비 끝에 이를 만들었다고 한다. 200년 가까이 된 프랑스 목조주택을 구입해 그대로 옮겨와 지은 건물들이 이색적이다. 뿐만 아니라 ‘어린 왕자’의 생텍쥐페리문화재단과 라이선스 협약을 맺고 생텍쥐페리의 작품세계와 삶을 생텍쥐페리기념관에서 전시하고 있다.
200년 된 오르골에서 나오는 감미로운 선율을 들을 수 있는 오르골 하우스, 프랑스 고택을 그대로 들여와 지은 프랑스 전통주택 전시관, 프랑스의 상징인 ‘닭’ 조각과 그림, 자기를 비롯해 프랑스 및 유럽에서 수집한 골동품을 볼 수 있다.
쁘띠프랑스는 다음달 1일부터 6월28일까지 제4회 유럽동화나라축제를 연다. 마리오네트 인형극과 댄스 퍼포먼스, 마임, 마술쇼 등 공연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동화 포토존과 동화 속 의상 체험을 통해 축제의 즐거움을 사진으로 기록할 수도 있다.
쁘띠프랑스와 청평호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산책로 ‘뽕드파브르’와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커플을 위한 프러포즈 공간도 새롭게 선보인다. 성인 5000원, 청소년 어린이 장애인 군인 경로 3000원. (031)584-8200
사진작가들이 강추 통영 소매물도
경남 통영의 소매물도는 절해고도(絶海孤島)의 황홀한 풍광을 뽐내는 섬으로 한 제과회사의 과자 CF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사랑받기 시작했다.
진나라 시황제의 신하인 서불이 불로초를 구하러 가던 중 소매물도의 경치에 반해 동굴 천장에 자신이 왔다갔다는 표시로 ‘서불과차(徐市過此)’라고 쓰고 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 아름다움에 반해 지난해 하루평균 700여명, 한 해 동안 60만명 이상이 이 섬을 찾았다.
소매물도 바로 앞에는 등대섬이 있다. 초지에 하얀 등대가 서있는 풍경이 쪽빛 바다와 어우러져 그야말로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약 50m 떨어져 있지만 하루에 두 번 바닷길이 열려 걸어서 왔다갔다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두 섬을 하나의 섬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소매물도는 현재 10여 가구만 남아서 섬을 지키고 있다
소매물도의 절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천연 전망대인 망태봉 정상에 오르면 바로 앞에 등대섬이 내려다보이는데 이 풍경을 소매물도 절경 중 최고로 친다. 소매물도는 한국의 섬 가운데 사진작가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통영관광안내소 1577-0557
서해안 최고의 경관 부안 변산반도
전북 부안 변산반도(byeonsan.knps.or.kr)는 서해안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이기도 한 이곳은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어 생태관광지로도 이름이 높다.
변산반도국립공원은 크게 외변산과 내변산으로 나뉜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외변산은 태곳적 자연을 간직한 채석강(彩石江)과 적벽강, 고사포해변 등이다. 그중 채석강은 당나라 시선 이태백이 달빛에 취해 달을 잡으러 뛰어들었다는 중국 채석강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채석강은 수만권의 책을 층층이 쌓아놓은 듯한 모습의 해안절벽이다. 바닷물 침식으로 인해 자연이 만들어 놓은 조각 작품처럼 느껴진다. 절벽 아래 편마암층은 벼루처럼 반들반들하고 곱다. 해질 무렵이면 ㅌ??일대는 붉은 물감이 침식된 바위 틈으로 스며든다. 일몰 무렵 여행자들은 자연이 풀어놓은 물감색에 넋을 잃고 만다.
내륙 남서방면의 내변산은 최고봉인 의상봉을 중심으로 엇비슷한 높이의 산과 계곡이 만들어내는 경관을 자랑한다. 잘 정비된 산책로 같은 등산로는 아름다운 계곡을 감상하며 물길을 따라 직소폭포를 관찰할 수 있는 트레킹코스로 마련돼 있다. 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 (063)582-7808
영화·드라마 단골 촬영지 보성 녹차밭
전남 보성은 대표적인 녹차의 고장이다. 보성에서 율포로 가는 산하는 녹차밭과 향으로 덮여 있다.
사철 푸른 녹차밭은 사람의 눈길을 붙잡고, 내음에 취하게 만든다. 삶에 지친 길손들은 오아시스 같은 이 차밭에서 다시 힘을 얻고 연인들의 사랑은 차향처럼 더 짙어진다. 푸른빛이 머무는 차밭은 사랑의 풍경을 담기에 참 좋은 곳이다. 수려한 풍광은 외국 언론까지 사로잡았다. 2012년 미국 CNN이 선정한 ‘한국의 꼭 가봐야 할 50곳’ 중 보성 녹차밭은 18위에 이름을 올렸다.
보성 일대가 차나무로 유명했다는 것은 동국여지승람과 세종실록지리지 등의 기록에도 전해진다. 일반인이 가장 즐겨 찾는 차밭은 대한다업의 보성다원을 꼽을 수 있다. 1957년에 시작해 반세기가 넘도록 녹차를 생산했다. 연간 녹차 생산량이 120t을 넘는다.
보성다원은 푸른 차밭이 만들어내는 눈부신 풍광 때문에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로도 이름이 높다. 드라마 ‘여름향기’와 영화 ‘선물’ 등을 모두 이곳에서 촬영했다. 연간 다녀가는 관광객 수도 100만명에 달한다. 힐링 여행으로도 손색이 없다.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차밭을 바라보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진다. 대한다원 (061)852-4540
카누체험 일번지 춘천 물레길
호반의 도시 춘천에는 올레길이나 둘레길 같은 걷기 길과는 또 다른 길이 있다. 의암호 일대를 카누로 여행하는 ‘물길’인 물레길이다. 카누를 타고 물길을 헤치며 풍경을 감상하는 물레길은 걷기 길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물레길에는 다양한 코스가 있다. 가장 쉬우면서도 대중적인 코스는 ‘붕어섬 길’ 코스. 송암스포츠센터에 자리한 물레길 운영사무국에서 출발해 붕어섬을 한 바퀴 돌아본다. 붕어섬을 왼쪽으로 돌면서 삼악산과 의암댐을 바라보는 풍경이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아름답다. 카누를 타는 도중 잠시 붕어섬에 들러 쉴 수 있는 것도 이 코스의 장점이다. 전체 길이는 약 4㎞. 1시간 정도 걸린다.
‘중도길-1’ 코스는 선착장과 중도, 하중도 사잇길을 돌아보는 약 6㎞ 코스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중도길-2’코스는 선착장에서 출발해 하중도 사잇길을 지나 애니메이션박물관을 돌아보고 오는 8㎞ 코스. 약 4시간 소요된다.
물레길을 체험하려면 먼저 카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안전교육 및 카누 타기 교육을 15분 정도만 받아도 누구나 쉽게 카누를 즐길 수 있다. 카누 이용요금은 2인 기준 3만원. 1인 추가 요금은 성인 1만원, 어린이 5000원. (070)4150-9463
전세계 동식물 한눈에 서천 국립생태원
국립생태원(nie.re.kr)은 생태계 연구와 멸종 위기종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고유 생물자원 보전과 환경교육을 위해 설립됐다. 국립생태원이라는 이름이 다소 딱딱하게 들릴 수 있지만 막상 가보면 세계의 다양한 동식물을 한자리에서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어 온가족의 교육 및 체험여행지로 훌륭하다.
국립생태원의 랜드마크인 7만2600㎡의 ‘에코리움’은 2500여종에 이르는 동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열대, 사막, 지중해, 온대, 극지방 등 세계의 다양한 기후대별 동식물을 볼 수 있다.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의 열대림과 늪지 등을 재현한 열대관에선 피라루쿠, 나일악어 같은 희귀한 동물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세계적 동물학자인 제인 구달이 방한한 것을 기념해 만든 제인구달길에는 그가 아프리카 탕가니카 곰베 밀림에서 머물 때 사용하던 것과 같은 천막, 그의 친구였던 야생 침팬지들의 둥지, 침팬지와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물 등이 설치돼 있다.
과학전문 도서 약 1만권을 보유한 어린이 생태 전문 도서관 생태글방도 들러볼 만하다. 국내·외의 개미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개미세계 탐험전’도 전시되고 있다.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 (041)950-5300
소백산맥 精氣 품은 영주 부석사
사계절 중 어느 때 가도 좋은 경북 영주 부석사(浮石寺)는 당나라에서 유학하던 의상대사가 당 고종이 신라를 침공하려 한다는 소식을 전하려고 고국으로 돌아온 뒤 창건한 절이다.
국내 화엄사상(華嚴思想)의 발원지이기도 한 부석사는 불전 서쪽에 있는 큰 바위가 아래의 바위와 서로 붙지 않고 떠 있어 뜬 돌(浮石)이라 한 데서 연유했다고 한다.
부석사 무량수전(無量壽殿)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 중 하나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 서서’를 유작으로 남긴 혜곡 최순우 선생은 무량수전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무량수전의 기둥을 만지기 전까지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했다. 부석사의 누각인 안양루(安養樓)에서 무량수전으로 나 있는 계단을 향해 한 걸음씩 올라설 때마다 약간 비스듬하게 배치된 무량수전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는 극적인 장면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무량수전에서 주변을 바라보면 소백산맥의 장쾌한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절이 산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산의 모든 풍경이 절로 들어오는 것 같다. 석양이 물들기 시작하면 붉게 물드는 햇살이 절 마당에서 서서히 봉우리로 흘러간다. 이 풍경이 부석사를 수도 없이 찾게 되는 이유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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