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석의 데스크 시각] 공무원연금 개혁 '성공 방정식'

입력 2015-04-26 20:35
차병석 경제부장 chabs@hankyung.com


이대로 가다간 공무원연금 개혁은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 시한은 다음달 2일이다. 닷새밖에 안 남았지만 여야 정부 공무원단체 간 이견으로 공무원연금법 개정 초안조차 만들지 못했다. 국민대타협기구는 3개월간 허송했다. 곡절 끝에 출범한 실무기구도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안되면 공공개혁은 끝장이다. 노동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도 실패했다. 금융·교육 개혁은 손도 못댔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내세운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은 물거품이 될 위기다.

노조와 개혁안 합의 힘들어

공무원연금개혁은 최근 ‘성완종 리스트’와 뒤죽박죽되면서 더 힘들어진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아니다. 진짜 이유는 처음부터 개혁의 추진 체계를 잘못 짰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만드는 국민대타협기구나 실무기구에 공무원노조를 참여시킨 게 패착이었다. 현행 연금을 개혁하면 더 내든, 덜 받든 공무원들에겐 불이익이다. 자신들에게 손해인 개혁안을 사이좋게 모여서 만들자는 발상부터 환상이었다. 2007년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장했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조차 “공무원노조와 함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만들려고 한다면 50년 걸려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럼 어떻게 했어야 할까. 답은 연금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의 역사에 숨어있다. 1983년 공무원연금을 수술한 미국은 정부와 의회가 메스를 쥐었다. 2008년 연금개혁에 성공한 영국은 사회적·학문적으로 명망있는 전문가 세 명이 참여한 독립기구에서 개혁안을 만들었다. 그 다음 전국 순회토론회를 열어 국민들을 설득했다. 일본도 2012년 공무원연금을 바꿀 때 개혁방안은 전문가들에게 자문해 정부가 만들었다. 개혁안 마련 때 노조 등 이해관계자를 직접 참여시킨 나라는 없다. 정부나 전문가들이 합리적인 개혁안을 만든 뒤 노조와 국민들을 집요하게 설득하는 순서를 밟았다는 게 연금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의 공통점이다.

정부안 만들어 설득해야

이 성공방정식에서 필수적인 게 정치지도자의 리더십이다. 노조 등 손해보는 당사자들을 설득해 개혁안을 관철시키는 건 정치권력의 몫이다. 그런 걸 하라고 국민들은 권력을 위임했다. 정부 여당이 이를 외면한다면 책임방기이고 배임이다.

지금도 늦진 않았다.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개혁안을 만든 뒤 공무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첫 단추는 2007년 12월 맺어진 정부와 공무원노조 간 단체협약의 독소조항부터 없애는 것이다. 단협엔 ‘공무원연금 정부안은 공무원단체와 협의를 거쳐 제시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 마련 과정에 공무원노조를 참여시킨 근거이기도 하다. 이 조항 때문에 2008년 공무원연금개혁위원회부터 공무원노조가 참여하면서 개혁은 한발짝도 못 나갔다.

시간은 많지 않다. 올 하반기로 넘어가면 내년 4월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선거를 앞두고 연금개혁에 성공하긴 하늘의 별따기다. 작년 국가부채 총 1211조원 중 절반에 달하는 524조원이 공무원연금 충당 부채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매일 80억원의 국민 혈세가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는 데 들어가고 있다.

차병석 경제부장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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