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민연금 기금운용, 정부 입김 차단해야

입력 2015-04-26 20:34
"수익률 급락하는 국민연금 기금
고갈시기 크게 앞당겨질까 우려
운용의 독립성·전문성 확보 절실"

조하현 < 연세대 교수·경제학 hahyunjo@hanmail.net >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과 관련해 제도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개선 논의는 크게 두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째는 기금운용체계의 독립성 문제이고, 둘째는 수익률 제고를 위한 기금운용의 전문성 확보 문제다. 그러나 기금운용체계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은 채 전문성을 제고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현재 제기되고 있는 여러 문제의 핵심은 기금운용체계의 독립성 이슈로 수렴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비전문가들이 기금수익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 의사결정을 형식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기금운용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보건복지부 산하 기구이며 기업, 노조, 시민단체 대표 등 전문적 금융투자업무와 거의 무관한 비상근 위원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에 독립성과 기금운용의 전문성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외국에선 기금운용기구를 독립법인화하고 정부 영향력을 최대한 배제한다. 또 최고의결기구는 자산관리 및 경제·경영 전문가 등 기금운용과 관련된 깊이 있는 논의가 가능한 전문가들로 구성하고, 상근직으로 근무하며 모든 역량을 기금운용에만 쏟아부을 수 있도록 기금의 통제구조가 설계돼 있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2043년에 최대 규모인 2600조원이 되고,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60년께에는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금수익률이 1%포인트만 하락해도 기금의 고갈 시기가 5년이나 단축된다. 따라서 기금수익률 1%는 연금지급액 및 보험료 수준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에 몇 차례 형식적인 회의를 통해 수익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자산배분, 의결권행사 지침, 전략적 환헤지 목표비율 등을 결정하고 있으니 해외 연기금과 경쟁은 고사하고 안정적인 수익률 달성 자체가 어려운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수익률은 2010년 10.6%, 2012년 7.0%, 2014년 5.3% 등 하락하는 추세이며, 2014년 기준 네덜란드연금(ABP) 14.5%, 캐나다연금(CPPIB) 16.5% 등 해외 연기금들에 비해 성과가 3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하다.

따라서 문제해결의 시발점은 기금운용기구가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보건복지부 산하의 공사화 정도로는 독립성이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통제구조에서 상당한 독립성이 확보되면, 기금운용기구의 이사회를 외국 연기금과 같이 명실상부한 기금운용 전문가로 구성하고 이들로 하여금 전적으로 기금운용에 몰두하게 함으로써 기금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또 비대해진 기금을 3~4개 투자그룹으로 구분해 각각 투자책임자(CIO)를 두고 경쟁하게 함으로써 수익률 제고에 전념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나친 수익률 경쟁으로 인한 리스크 부담 확대는 이사회 직속 리스크담당임원(CRO) 및 전문적 지식을 갖춘 리스크관리위원회를 통해 제어해야 한다.

앞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의 개선과 관련한 논의에서 부처 및 조직 이기주의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문제의 핵심은 국민으로부터 보험료를 더 많이 징수하지 않고도 국민연금의 고갈시기를 늦출 방법을 찾는 것이며, 더 나아가 국내 자본시장의 위기, 국가경제의 위기를 예방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독립적인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통화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듯이, 국민연금도 강력한 독립성을 갖춘 통제구조로 다시 태어나 국민의 노후를 안전하게 보장하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조하현 < 연세대 교수·경제학 hahyunjo@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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