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강자' 혼다가 만든 제트기…나오자마자 100대 주문 몰려

입력 2015-04-24 21:24
오토바이·차 이어 비행기까지…연 100대 생산 "5년내 흑자"
기술적 금기 깨고 날개에 엔진…'제트기 2강' 미·브라질에 도전


[ 양준영 기자 ] 지난 23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일본 자동차회사 혼다가 만든 비즈니스 제트기 ‘혼다제트’가 일본 상공을 첫 비행한 뒤 활주로에 내리자 모여 있던 취재진이 일제히 셔터를 눌렀다. 1986년 항공기 생산을 목표로 연구를 시작한 지 29년 만에 꿈을 이룬 순간이었다. 혼다는 이날 행사를 통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12개국, 총 4만8000㎞에 달하는 월드투어의 시작을 알렸다.

조만간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최종 승인을 얻어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이미 해외에서 100여대 이상의 주문을 받아놓은 상태다.

○車회사가 비행기를 만드는 첫 케이스

비행기 자체 생산은 1991년 작고한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 전 회장의 숙원이었다. 혼다는 1948년 자전거에 엔진을 단 오토바이 제조업체로 출발했다. 1963년 자동차 생산에 나섰고, 이제 항공기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거의 반세기 만의 본격적인 신규사업 도전이다.

혼다는 항공기 사업 시작 후 자체 개발만을 고집했다. “다른 말?흉내는 내지 않는다”는 창업자의 철학에 따른 것이었다.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회사가 어려울 때도 항공기 개발의 꿈만은 꺾지 않았다.

혼다제트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자회사 혼다에어크래프트 공장에서 생산한다. 13m 길이의 7인승 소형 제트기로 가격은 450만달러(약 48억5000만원)다. 가장 큰 특징은 엔진 위치다. 기체 후미에 엔진을 장착한 경쟁 기종과 달리 양쪽 날개에 두 개의 엔진을 달았다. 비즈니스 제트기의 날개에 엔진을 장착하는 것은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방식이지만 혼다는 수많은 시험을 통해 최적의 위치를 찾아냈다.

혼다는 독창적인 설계로 객실 공간을 늘리면서 공기저항과 소음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기체는 탄소섬유로 만들어 가벼우면서 강도는 높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공동개발한 엔진에도 혼다의 기술력이 녹아 있다. 자동차 개발 노하우를 살려 연비 효율을 경쟁 기종보다 10% 이상 높였다.

이토 다카노부 혼다 최고경영자(CEO)는 “소형 비즈니스 제트기의 성능과 쾌적함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혼다의 항공기사업 진출에 대해 “자동차 제조사가 기술적 금기를 깨고 꿈의 날개를 달았다”고 평가했다. 스웨덴 사브 등 비행기를 만들던 회사가 자동차 생산에 뛰어든 사례는 많아도 반대의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항공기사업에서 5년 내 흑자 내겠다”

혼다는 올해 50대를 시작으로 2017년엔 연간 최대 100대의 혼다제트를 생산할 계획이다. 주 고객은 미국 유럽 남미의 기업인이다. 미국 세스나와 브라질 엠브라에르가 형성하고 있는 2강 체제에 도전장을 던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혼다는 당분간 아시아시장 공략에 나서지 않을 방침이다. 아직은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께는 아시아 비즈니스 제트기 시장이 남미를 앞지를 것으로 이토 CEO는 내다봤다. 혼다는 제트기 완성제품 외에도 정비, 엔진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분간 항공기 사업의 전체 수익에 대한 기여도는 낮겠지만 ‘기술의 혼다’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혼다는 항공기 사업에서 5년 내 흑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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