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바꾸는 청년 상인들] 구로시장엔 영프라자…서울서도 '청년 상인 창업실험'

입력 2015-04-24 20:47
수정 2015-05-01 10:25
민관 머리 맞대 시장 살리기 나서


[ 강창동 기자 ]
지난 22일 오후 6시30분. 서울 구로시장에 들어서자 입구에 형성된 ‘먹자골목’에서 소란스런 목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하지만 먹자골목을 지나 한복과 의류 상가로 진입하자 다니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 썰렁한 느낌이 들었다.

아직 초저녁이지만 서둘러 문을 닫은 가게도 적잖게 눈에 띄었다. 특히 의류상가 이면 골목은 인적이 뚝 끊겨 한산했다. 불이 꺼진 곳이 많아 을씨년스런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면 골목을 좀 더 걷다 보니 환하게 불을 밝히고 모여 있는 상가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점포 4개로 구성돼 ‘영프라자’라 부르는 미니상가다. 가게 안에서는 활기찬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청년 상인들의 전통시장 도전기는 서울 등 대도시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구로시장에 자리잡은 상가 영프라자에서도 청년들의 새로운 시도를 만나볼 수 있다. 영프라자는 민관 합동의 청년 상인 실험장이다. 탄생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상가 대표 윤혜원 씨(29)는 “문화예술을 매개로 지역재생사업을 하는 ‘구로는예술대학’과 구로시장상인회, 구로구, 현대자동차 등이 아이디어와 자금을 모은 끝에 영프라자를 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빈 점포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구로시장을 재생시키기 위한 기획안을 만들어 1년여의 준비 끝에 올 1월 말 ‘쾌(快)슈퍼’ ‘구로는예술대학’ ‘아트플라츠’ ‘똥집맛나’ 등 4개 점포를 선보였다”는 설명이다.

구로시장은 1970~1980년대엔 시장 골목이 터져나갈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인근에 현대적인 유통시설이 속속 들어서면서 빠르게 쇠퇴했다. 지금은 먹자골목 외에는 손님 구경을 하기 힘들 정도다.

특히 한복 상가 이면 골목은 2012년 화재가 난 후 인적이 거의 끊어진 죽은 공간이었지만 영프라자가 조성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비보이들의 힙합 공연이 열리는 등 활기찬 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이곳에서 소규모 튀김집 ‘똥집맛나’를 운영하는 박유석 씨(35)는 홍대 앞에서 장사하다 큰 손해를 본 뒤 재기하려고 시장에 들어왔다. 박씨는 “좌석 3개가 전부지만 주말이면 하루 15팀 정도가 들르는 등 순항 중”이라며 “특히 홍대 앞에서 알게 된 젊은 손님들이 심심찮게 찾아와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영프라자 청년 상인들은 장사 경험이 많지 않지만 생각만큼은 창의적이다. ‘쾌(快)슈퍼’를 운영하는 변은지(28)·윤지혜(29) 씨는 중·고등학교 친구사이로 장사 초보다. 변씨는 “동네 슈퍼들과 상생해야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는 생각에 수제 잼, 직거래 사과, 복숭아 식초, 귤 말랭이처럼 특화된 상품을 파는 슈퍼로 콘셉트를 잡았다”고 말했다.

‘아트플라츠’는 초상화 상품을 파는 이색적인 점포다. 가게 공동운영자인 김유진 씨(25)는 “초상화는 물론이고, 컵 셔츠 액세서리 열쇠고리 등에 얼굴을 그려 넣어 판매하는데 젊은 주부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동업자 세 명이 모두 무대미술을 전공하고 대학로 소극장 등에서 일해본 경험을 살려 상가주변 골목을 예술거리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전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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