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경제] 국민의 대표 국회의원과 주인-대리인 문제

입력 2015-04-24 19:16
직업과 경제의 만남 (69)


오는 4월29일은 재·보궐선거 날이다. 이번 선거는 기존에 선출된 의원들이 임기 중 사직 또는 사망했거나 현행법 위반으로 그 직을 상실한 지역에서 이뤄진다. 전국 12개 지역에서 치러질 이번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의원 4명, 광역의회의원 1명, 기초의회의원 7명 등 총 12명의 의원이 선출될 예정이다. 이 중 국회의원선거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의한 통합진보당의 해산으로 그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이 결정된 3곳과 법률에 어긋나는 선거비용을 지출해 당선 무효가 결정된 1개 지역에서 실시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투표율을 지목하고 있다. 투표율이 높으면 젊은 층의 지지가 많은 야당이, 투표율이 낮으면 노년층의 지지율이 높은 여당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번 선거는 투표율 35%를 기점으로 승자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이다. 최근 치러진 재·보궐선거의 투표율이 대부분 35% 안팎에서 결정됐기 때문. 그러나 이런 투표율은 여야의 승패를 떠나 조금은 실망스러운 수치다. 물론 재·보궐선거가 평일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높은 투표율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국민의 혈세가 사용되고, 또 그들에게 막대한 권한과 특혜가 부여된다는 점에서 낮은 투표율은 분명 재고의 여지가 있다.


국회의원 선출 비용 1250억

현재 국회를 구성하고 있는 19대 국회의원 300명을 선출하기 위해 실시한 선거의 비용을 합하면 1250억원에 달한다. 국회의원 1명을 뽑는 데 예산 4억원 정도가 들어가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수당과 활동비 등을 합쳐 약 1억4000만원의 연봉이 지급된다. 이는 2012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상위 1%의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외에도 차량유지비, 사무실 운영비, 보좌진의 연봉까지 국회의원 1명에게 지급되는 금액을 합치면 연간 약 7억원의 혈세가 소요된다. 국회의원의 임기가 4년인 점을 고려하면 국회의원 1명에게 30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대의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은 정치에 종사하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국민의 대표이자 국회로 대변되는 입법부의 구성원이 된다. 따라서 국회의원은 국민 개개인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법률을 국민을 대표해 제정하거나 수정 또는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또한 국가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지향하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의거해 행정부의 업무를 조사하고 감사하는 것 역시 국회의원의 역할 중 하나다. 이런 국회의원의 기능과 역할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국회의원은 일반 국민에게는 없는 특별한 권리를 법률을 통해 부여받고 있다.

선거공약(公約), 공약(空約) 다반사

헌법 제44조에 의하면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설사 회기 전 체포 또는 구금됐다고 해도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석방될 수 있다. 또한 헌법 제45조에 의하면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행한 직무와 관련된 발언이나 표결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직무상 어떤 발언을 하고 어떤 의사를 표시해도 법적 책임을 물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처럼 법률이 불체포와 면책의 특권을 국회의원에게 부여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해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의원직을 수행하도록 보장하기 위함이다.

이와 같이 국회의원에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엄청난 권한과 특혜가 부여되는 점을 고려하면 30%대에 불과한 재보궐선거의 투표율은 분명 이해하기 힘든 수치다. 하지만 낮은 투표율은 비단 재보궐선거에 국한되지 않는다. 2012년 치러진 19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투표율은 54.2%에 불과했고, 2008년의 18대 총선은 46.1%의 투표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선거의 투표율이 이처럼 낮은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어떠한 이유에서 유권자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국회의원 선거에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는 것일까?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은 자신의 가치와 의견을 공약으로 제시한다. 이를 통해 후보자들은 자신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이고, 국민이 위임한 국가 운영의 권한을 어떻게 이행할지를 공표한다. 즉, 공약은 후보자가 국회의원이 되면 펼칠 정책과 사업을 공개적으로 공공에게 약속하는 행위인 셈이다. 따라서 공약은 유권자가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된다. 하지만 선거 후 공약(公約)은 헛된 약속, 다시 말해 공약(空約)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지속적 감시로 도덕적 해이 방지해야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이 어려울 수도 있고, 사회경제적 환경이 변해 공약을 수정하거나 폐지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국회의원이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민의 대리인(agent)인 국회의원이 재원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또 환경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적합한 대응을 적절하게 펼쳤는지를 주인(principal)인 국민이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로 인해 주인과 대리인 간에 ‘정보의 비대칭’이 발생하면, 국회의원들은 공약을 공약(空約)으로 만드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 빠지기 쉽다. 또한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정치인들은 실현성은 낮지만 표심(票心)은 흔들 수 있는 설익은 공약을 남발하게 되고, 이는 ‘먹튀 공약’이 되어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을 높이고 선거 참여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전에 후보자들의 공약을 평가하고 비교하면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언론기관 등은 후보자의 정책이나 공약을 비교평가해 그 결과를 발표할 수 있다. 하지만 평가단을 특정 후보에게 유리 또는 불리하게 구성할 수 없고, 후보자별로 점수를 부여하거나 순위나 등급을 매길 수 없도록 규정해 실질적인 공약의 비교와 평가를 어렵게 하고 있다. 즉, 선거 전에도 공약과 관련한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기는 마찬가지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회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을 후보자 시절부터 완벽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주인-대리인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고, 참일꾼이 누구인지도 골라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결국 현실의 세계에서 국민과 국회의원 간의 정보의 비대칭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공약을 말 그대로의 공약(公約)으로 되돌리고 국회의원들을 성실한 국민의 대리인으로 만들어야 국정이 안정되고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주인- 대리인 문제

계약의 관계에서 권한을 위임하는 주인과 권한을 위임받는 대리인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말한다. 주인과 대리인 간에 정보의 비대칭이 발생하면 대리인은 도덕적 해이에 빠지기 쉽다. 이로 인해 주인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피해를 입을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을 가리켜 ‘주인-대리인 문제’라고 한다.

■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민의 대표로, 독립적인 입법기관이자 국회의 구성원이 된다.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자는 만 25세 이상으로, 정당 또는 300인 이상 500인 이하 유권자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으로 재임이 가능하다.

정원식 < KDI 전문연구원 kyonggi96@kdi.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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