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신발 '제2 르네상스'…올 매출 5조 넘본다

입력 2015-04-22 22:00
산업리포트

OEM서 R&D 단지로
지역업체 30곳 작년 매출 4조3600억…사상최고 경신
트렉스타·칸투칸 성장 지속…3D프린팅 등 IT기술 결합


[ 김정은 / 이현동 기자 ] 22일 부산 수송동에 있는 트렉스타 본사 공장. 각종 등산화와 군에 납품하는 기능성 전투화의 마무리 작업을 위해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1988년 설립된 토종 신발업체 트렉스타는 고어텍스 소재로 만든 기능성 전투화를 군에 납품하고 있다.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자체 브랜드 등산화를 아웃도어의 본고장 유럽에도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 매출은 2012년 863억원에서 2013년 1069억원, 지난해 1123억원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1500억원을 내다본다.

부산의 신발산업이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 부산의 주요 신발업체들은 신제품 출시, 신소재 개발과 디자인 및 연구개발(R&D)을 통해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냈다.


○부산 신발업계 최대 실적

한국경제신문이 이날 집계한 부산 지역 주요 신발 관련업체 30곳의 지난해 매출 합산액은 4조3676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이전의 매출 최고치였던 2013년 4조390억원보다 3286억원 많은 것이다. 업계는 올해 매출 합산액이 5조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에는 전국 신발업체의 45.3%가 모여 있다. 경남 김해 등 인근 지역을 포함하면 신발 업체의 절반 정도가 부산권에 집중돼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에 납품하는 창신INC 삼호산업 삼덕통상 등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과 트렉스타 칸투칸 학산 등 자체 브랜드 보유 회사들의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동성화학(접착제) 동진섬유(피혁) 성신신소재(신발 밑창) 등 유관 기업 매출도 10% 안팎 늘어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최근 실시한 ‘올해 업종별 경기전망 조사’에서도 부산 신발업체의 매출증가율 전망치는 11%에 달했다.

신발 수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산의 신발 수출액은 2011년 4억6300만달러, 2012년 4억7400만달러, 2013년 5억2300만달러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협업을 통한 신제품 개발

신발은 갑피 제작, 부품, 원·부자재 등 연관산업이 많다. 그동안 좁은 내수시장을 놓고 경쟁하다 보니 협업을 시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서서히 변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 제품과 유럽 등 선진국 고가 제품에 끼여 ‘국제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는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신제품과 새로운 디자인 개발 등을 위한 협업이 신발산업 중심지인 부산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권동칠 한국신발산업협회장은 “신발업체들이 오랜 침체를 털고 ‘제2의 르네상스’를 이루자는 공통된 목표 의식을 갖게 됐다”며 “크고 작은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3차원(3D) 프린팅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연린낱像?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발 밑창에 쓰이는 고무창보다 더 질기면서 친환경적인 소재 개발도 가속화되고 있다. 업체들은 현재 33단계인 신발 조립 공정을 14단계로 줄이고, 재봉 공정도 16단계에서 3단계로 단축시키는 공정 개선에 적극적이다. 2018년 부산에 ‘첨단신발융합허브센터’가 완공되면 신발산업의 경쟁력은 강화될 전망이다.

아디다스 R&D센터장을 지낸 서영순 경성대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는 “신발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부산이 OEM 생산기지에서 R&D 역량을 갖춘 기지로 변모해야 한다”며 “신발은 의류처럼 디자인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디자인 경쟁력도 함께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김정은/이현동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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