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코오롱 회장, 선친의 뜻 이어 시상식 참석
[ 도병욱 기자 ]
30년 가까이 여성 노숙인과 성폭력 피해 여성, 성매매 여성에게 진료 봉사를 하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 임선영 씨(58)가 22일 제15회 우정선행상 대상을 받았다. 우정선행상은 고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제정한 상이다.
임씨는 1986년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이후 여성 노숙인 시설인 서울시립영보자애원에서 매달 둘째주 일요일마다 여성 노숙인들의 산부인과 진료 봉사를 하고 있다. 당시 다니던 성당의 신부가 영보자애원에서 봉사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의해 시작한 일을 28년 동안 계속하고 있다.
임씨는 또 한국 여성의집이나 서울시 청소년쉼터 같은 기관을 통해 자신의 병원을 방문하는 성매매 여성과 성폭력 피해 여성을 무료로 진료하고 있다. 약 10년 전 한 성폭력 피해 여성을 무료로 진료한 것이 계기가 됐다. 각종 시설을 찾아가는 봉사활동도 계속하고 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선행상의 의미에 걸맞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계속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우정선행상 본상은 20여곳의 쉼터와 복지관 등지에서 14년간 거의 매일 음식 나눔을 실천한 임영길 씨(69)와 29년간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화통역 등의 봉사를 하고 있는 박정자 씨(74)에게 돌아갔다. 15년간 장애인과 시설 아동에게 짜장면 나눔 봉사를 해온 서동원 씨(46)와 홀트아동복지회에서 20년간 58명 아이들의 위탁모가 돼준 이순임 씨(58)는 장려상을 받았다. 제6회 우정선행상 본상을 수상한 사랑봉사회는 이후에도 꾸준히 활동을 펼쳐 이번에 특별상을 받았다.
우정선행상은 이 명예회장이 2001년 자신의 호 우정(牛汀)을 따 만든 상이다. 당시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패륜 범죄가 잇따르자 훈훈한 미담을 발굴해 널리 알리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강영훈 전 국무총리와 김재순 전 국회의장 등이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코오롱그룹 비영리재단 오운문화재단은 선행을 하거나 꾸준히 봉사를 한 사람에게 매년 우정선행상을 수여하고 이들의 사례를 널리 알리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한 해도 빠짐 없이 우정선행상 시상식을 찾았다. 올해는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시상자로 나섰다. 이 회장은 “수상자를 비롯해 곳곳에서 선행을 이어가고 있는 분들께 경의를 표한다”며 “선행을 모래가 아닌 바위에 새기고 싶다는 선친(이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앞으로도 선행의 가치와 소중함을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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