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아쉽지만 얻은 것도 적지않다

입력 2015-04-22 20:46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협상이 4년6개월여 만에 타결됐다. 그동안 협상이 기한 내에 타결되지 못해 기존 협정이 2년 연장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양국 간 가서명이 이뤄진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원전연료의 공급, 원전 수출이라는 3대 중점분야에서 호혜적 협력을 확대했다는 게 정부 평가다. 그러나 이번 협정에 농축, 재처리 문제 등과 관련한 획기적 진전이 담길 것으로 기대했던 측면에서 보면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핵연료 주기의 핵심분야인 농축과 재처리에서의 권한 확보는 물론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미국의 핵비확산 원칙, 의회의 반대 등 현실적인 벽을 무시하기도 어렵다. 이에 한국 측은 갈등이 많은 분야는 일부 포기하는 대신 협력을 확대하는 다른 분야로 방향을 돌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선 양국이 공동연구 중인 사용후핵연료재활용(파이로프로세싱)의 전반부 공정인 ‘전해환원’을 미국 쪽에서 양보한 것이 그런 경우다.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민감한 핵물질이 분리되지 않는 공정에 대한 자율적인 연구개발이 가능해진 것이다. 사용후핵연료의 저장·수송·처분 분야의 양국 간 협력도 강화된다. 농축문제는 장래 20% 미만 저농축과 관련해 양국 간 합의 창구를 마련하고 원전연료 공급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확대하는 선에서 매듭됐다. 민감한 재처리와 농축문제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정도에서 타협했다고 볼 수 獵?

대신 우리 쪽에서 원전수출 규제완화를 얻어낸 점은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핵물질, 원자력 장비 및 부품의 제3국 재이전 시 건별로 미국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게 되고, 수출입 인허가를 신속화하도록 규정한 점도 환영할 일이다. 전체적으로 이번 한·미원자력협정은 당장의 명분보다 실리를 택한 것이다. 농축과 재처리 문제도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로 알려진 농축·재처리 포기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양국 간 상설 고위급위원회가 신설되는 만큼 정부가 보다 치밀한 논리로 미국을 설득해 나간다면 새로운 길이 열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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