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날 특별 기고] 전자책은 출판산업의 든든한 뿌리

입력 2015-04-22 20:45
"아마존 '킨들' 상륙설 출판계 긴장
공용DRM, 콘텐츠 경쟁력 높여
세계시장서 승부하는 게 최선 방책"

김종덕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세계적으로 전자출판 열풍이 불고 있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전자출판 시장은 지구촌 출판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7년이면 세계 출판시장에서 전자출판의 점유율이 2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에, 종이책 매출의 감소를 전자책이 상쇄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전자출판이 출판산업이란 나무의 든든한 뿌리가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전자출판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 전자출판 분야에서 예견된 해외 거대 출판사들과의 경쟁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세계 전자출판 분야의 공룡 아마존과 이 회사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은 출판이 다른 미디어콘텐츠와 시간 점유 경쟁을 벌여야 하는 현실에서 새로운 디지털 독서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이에 아마존이 당장 한국에 진출한다면 국내 전자책 시장을 초토화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부터 한국 출판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兮蔓岵隔?때로는 공격적인 대응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위기가 곧 기회’라는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 같다. 독일 최대의 대형 서점과 출판사 등이 합작한 전자출판 연합 플랫폼인 ‘토리노 얼라이언스’는 아마존의 독일시장 진출에 대응해 독일 출판계가 마련한 상생협력체다. 아마존은 다양한 콘텐츠와 자체 단말기 킨들로 독일 전자출판시장을 단기간에 휩쓸었다. 여기에 자극받아 탄생한 토리노 얼라이언스는 공용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도입 등 필수적인 조치들을 적시에 실천함으로써 지난해 말 독일 전자출판시장에서 아마존의 매출을 넘어섰다. 아시아 등 해외시장으로의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킨 전형적인 사례다.

전자출판이 출판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업계와 정부 공동의 노력과 협력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는 콘텐츠 발굴과 기술개발을 통해 서로 경쟁하는 동시에 전자출판 산업의 저변을 확대하고 독자를 창출하는 일에 출판사와 단말기 제작사, 도서 유통업계 공동의 노력이 절실하다. 특히, 공용 DRM의 도입과 확산이 빠른 시간 안에 이뤄져 분산된 우리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지난해 12월 국가표준(KS)으로 제정된 DRM의 상용화가 시급한 이유다.

한민족의 풍부한 감수성과 찬란한 인문정신 유산이 깃든 도서 콘텐츠와 뛰어난 정보기술(IT) 역량의 결합을 바탕으로 전자출판 분야가 출판한류 ‘K북’ 사업에 본격 합류하면, 한국산 전자책들은 국제 전자출판시장을 종횡무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전자출판시장 진출이 곧 국내시장 보호와 성장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며 한국과 한민족이 인류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정부는 전자출판업계가 우수 콘텐츠와 작가를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국가차원에서 필수적인 플랫폼 개발사업을 실천함으로써 국내시장을 확대하며,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모색할 예정이다. 보다 많은 국민이 전자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디지털 독서문화 활성화를 유도하는 등 전자출판산업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배가할 예정이다.

정부와 업계의 노력으로 전자출판 시장이 뿌리를 내리고, 독서라는 거름을 더해 전자출판산업의 꽃과 독서문화 창출의 열매를 맺으려면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프랑스 작가 생피에르는 “좋은 책은 좋은 친구와 같다”고 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 책의 날’ 아침에 ‘디지털’이란 새 옷을 입은 책이 더 친한 벗으로 다가오기를 기대해 본다.

김종덕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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