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 않은 특판 예금…줄줄이 판매 부진

입력 2015-04-20 21:20
우리은행 '강한 한새예금'
총 판매한도 1조에도 13일간 1400억만 유치
은행예금 이탈 현상 탓
기업은행 상품 상대적 성공…0.1%p 우대금리 추가 효과


[ 이태명 / 박한신 기자 ] 국민은행은 지난해 8월29일 ‘박인비 커리어그랜드슬램기원’ 특판예금을 내놨다. 1년짜리 예금에 가입하면 연 2.3% 기본금리를 주고 프로골퍼 박인비 선수가 4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면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추가 제공하는 조건이다. 이 상품은 출시 5영업일 만에 판매 예정액인 2000억원을 채웠다.

작년까지 큰 인기를 끈 특판 예·적금이 올 들어 시들해졌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예년보다 은행들이 특판 상품을 줄인 가운데 어렵게 내놓은 상품도 한도를 못 채우는 경우가 많다.


○부진한 특판 예·적금

올 들어 은행들이 내놓은 특판 예·적금은 8개 남짓으로 판매한도를 다 채운 상품은 두 개에 불과하다. 최근 나온 특판 예·적금 중 가장 저조한 실적을 낸 상품은 우리은행의 ‘강한 한새정기예금’이다. 지난 1일부터 한 달 동안 판매하는 이 예금은 최고 연 2.05%의 금리를 준다. 우리은행은 판매한도를 1조원으로 정했는데 17일까지 13영업일 동안 1400억원만 유치했다.

농협은행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내놓은 ‘NH 류현진 정기 예·적금’도 성적이 신통치 않다. 지난달 2일부터 판매한 이 상품은 정기예금 최고 연 2.2%, 정기적금 최고 연 2.6%의 금리를 지급한다. 농협은행은 지난 16일 판매 한도를 4000억원(예금 2000억원, 적금 2000억원)에서 5000억원(예금 3000억원, 적금 2000억원)으로 늘렸지만 17일까지 가입액은 예금 2031억원, 적금 1078억원 정도다. 지난해는 7영업일 만에 한도를 모두 채운 상품이다.

지방은행의 사정도 비슷하다. 부산은행이 이달 1일부터 총 5000계좌 한도로 판매를 시작한 ‘굿초이스자유적금’은 17일까지 897계좌만 팔렸다. 대구은행이 이달 1일부터 한 달간 판매하는 ‘친환경녹색예·적금’도 17일까지 498억원이 팔렸다. 판매한도(3000억원)의 15%를 갓 넘긴 수준이다.

○0.1%p 금리만 더 줘도 ‘완판’

흥행에 성공한 상품도 있다. 기업은행이 6일 선보인 ‘IBK알토스배구단 우승 기념 특별예금’은 출시 10영업일 만에 5000억원 한도를 달성했다. 이 상품은 연 1.92%의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1년), 연 2.15%의 금리를 주는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 투자예금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중금채 투자예금이 인기를 끌면서 17일까지 총 5300억원의 예금을 유치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중금채 투자예금은 일반 정기예금과 달리 원금 보장 혜택이 없는데도 날개돋친 듯 팔렸다”며 “다른 은행 특판상품보다 0.1%포인트 우대금리를 추가한 염?rdquo;라고 설명했다.

경남은행이 지난달 2일부터 판매한 ‘더 큰 KN 정기예금’도 3000억원의 판매 한도를 28영업일 만에 채웠다. 경남은행은 최고 연 2.3% 금리를 주는 이 상품을 당초 5월 말까지 판매할 예정이었으나 이달 8일에 판매가 끝났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저금리로 은행 예금에서 수익률이 높은 금융투자 상품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빚은 현상”이라며 “당분간 특판 상품을 내놓는 은행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태명/박한신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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