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고교서 기초과학 충분히 가르쳐야 대학서 융합교육 활성화

입력 2015-04-20 20:49
기초 강해야 융합시대 승자 된다

대입전형 3000가지 넘지만 수능·학생부 의존 '한계'


[ 김태훈 기자 ] 2014학년도 기준 대학들의 신입생 선발 전형은 3189가지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많은 전형 제도가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전형 방식을 들여다보면 복잡하기만 할 뿐 다양성은 턱없이 모자란다. 서울대가 물리2, 화학2 등 과학 심화과목 선택을 요구하는 등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기준이 학교와 학과마다 다를 뿐이다. 한 대학의 입학처장은 “교육부가 대학과목선이수제(AP), 올림피아드 등의 활동을 입시에 활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수능 성적과 학생부 자료 내에서 좋은 학생을 뽑으려다 보니 제도만 복잡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종합적인 수학능력을 평가하겠다고 도입한 수능시험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학생들의 종합 이해력을 알아보기 위해 도입한 수능이 1995년 이후 과목별 시험인 학력고사로 변질됐다”고 평가했다. 정진수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는 “수학 과학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EBS 교재를 달달 외우는 게 우리 교육의 실상”이라고 했다.

대학들이 수능 대신 학생부 등으로 선발하는 수시 전형을 늘리는 孤?이 같은 이유에서다. 서울대의 한 해 신입생 3000여명 중 수능 성적으로 뽑는 신입생 비중은 24.4%에 불과한 반면 수시 합격자 비중은 75.6%에 달한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내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대체로 입학 후 학업 성적도 우수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학입학자격시험(SAT)처럼 수능을 자격고사로 바꾸고 대학이 건학이념과 인재 육성 방침에 맞춰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수능이 안정적 난이도를 유지한다는 것을 전제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자율권을 갖는 방안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교육부도 대안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 확대가 자칫 사교육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어 고민하고 있다. 배영찬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사교육 확대가 사회문제화할 수 있지만 교육과정의 목표가 사교육 부담 줄이기에 맞춰져서는 안 된다”며 “과학기초 역량을 갖춘 인재가 핵심 자원인 것을 감안하면 고교에서부터 수학 과학을 충분히 가르치고 이를 대입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김태훈 IT과학부 차장(팀장), 임기훈·오형주(지식사회부), 강현우(산업부), 임근호(국제부), 박병종(IT과학부) 기자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