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가 한·미·일 공조보다 미·일·호주의 ‘삼각협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미·일·호주는 미·호주, 일·호주 간 강력한 양자관계를 바탕으로 역내에서 가장 발전된 안보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며 “차라리 한국을 배제하고 미·일·호주 간 삼각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을 워싱턴 정가의 주류적 시각으로 해석하기에는 물론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미 정계에서 한국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는 것은 하나의 흐름인 것 같다.
미·일·호주 삼각협력 체제는 일본에서 처음 제기된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06년 총리에 임명됐을 때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와 인도까지 연결하는 ‘자유와 번영의 호(弧)’를 주장한 적이 있다. 중국이 주적(主敵)인 인도 역시 이 구상에 적극 찬성했지만 당시에는 구체적인 현실성이 없는 데다 한국을 포함시키지 않아 사실상 흐지부지됐었다.
그러나 미국이 지금 이 구상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과거사 문제로 촉발된 한·일 관계 악화가 불을 질렀다. 이 보고서도 “한·일 간 정치적 긴장이 역사적으로 긴밀한 안보 협력을 만들어내는 것을 막아 왔다”면서 “지정학적 논리에 기반해 한·미·일 삼각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실질적인 정책으로 진전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중국에 기울어져 있어 안보협력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도 미국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한국 외교는 이런 흐름에 전혀 개의하지 않는 듯 움직이고 있다. 며칠 전 미국이 한·미·일 외교·안보 동맹을 복원하기 위해 연 3국 외교차관 회의에서도 미국은 한·일 간 협력을 그토록 강조했지만 한국이 과거사 문제를 들고나와 회의가 결국 얼어붙고 말았다. 한국의 대중(對中) 정책에 대한 미국과 일본 측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러다가 동북아에서 위험한 ‘왕따’ 처지가 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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