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기업 관리인 초유의 중도 사임…(주) 동양에 무슨 일이…

입력 2015-04-19 21:40
"시멘트 분리매각시 동양 주가 급락 우려" 발언 녹취당해…법원 즉각 교체
매각주관사 떨어진 회계법인, 증권사 "김용건 관리인 말실수로 피해 당해"


[ 안대규 기자 ] 동양의 법정관리인이 법정관리 졸업이 임박한 시점에서 법원과의 갈등으로 사임하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다. 법원 방침에 반하는 관리인의 발언이 법원에 흘러들어간 게 사단이 됐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정성수 전 ㈜동양 관리인 사임은 녹취자료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11일 동양시멘트 지분 55%를 보유한 ㈜동양을 동양시멘트와 분리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당초 ㈜동양과 동양시멘트를 같이 매각하기로 했다가 방침을 바꾼 것이다.

정 전 관리인은 그러나 법원의 이런 방침에 반발해왔다. 동양시멘트를 분리 매각할 경우 동양이 사실상 껍데기만 남게 돼 주가가 하락하고, 이로 인해 손실을 볼 채권자들이 자신을 ‘배임죄’로 고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정 전 관리인은 지난 7~9일 한 임원에게 이런 생각을 말했고 이 임원이 이 발언을 몰래 녹취해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법원은 이에 따라 정 전 관리인을 불러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고 정 전 관리인은 사임의사를 밝혔다.

법원의 강수에는 ‘정 관리인이 동양시멘트를 매각하면서 특정 인수 후보를 밀어주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돈 점도 일부 작용했다. 이에 대해 정 전 관리인은 “채권 회수 극대화를 위해 IB를 통해 인수후보들을 알아 본 것일 뿐”이라며 “공개경쟁입찰이기 때문에 ‘특정후보 밀어주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갑작스러운 관리인의 사임으로 동양시멘트 매각자문사 선정 작업역시 두차례 미뤄진 끝에 지난 17일 삼정KPMG로 정해졌다. 하지만 매각주관사 경쟁에서 떨어진 IB들은 선정 과정에 불만을 제기했다.

김용건 신임 ㈜동양 관리인은 매각주관사 최종 프리젠테이션(PT) 심사를 하루 앞둔 지난 16일, 주관사 경쟁에 뛰어든 삼일·안진·삼정회계법인 등 3곳을 불러 "왜 법원의 방침(분리 매각 방안)이 아닌 '통매각'방안을 제출했느냐"고 비판한 뒤, "내일 PT발표때는 기존 제출한대로 발표하라"고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측은 지난 16일 회계법인과 증권사에 보낸 '동양시멘트 매각 주간사 선정 PT 시행 안내'라는 공문에서 "PT 자료는 기 제출 제안서와 반드시 동일한 내용이어야 함"이라고 명시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정작 법원의 방침대로 분리매각 방안을 써낸 EY한영과 NH투자증권은 주관사 경쟁에서 떨어졌다”고 말했다. 동양시멘트 매각 관계자는 "삼정KPMG가 과거 동양파워(현 포스파워) 매각 성공 경험이 있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등 고민한 흔적이 많아 주관사로 선정된 것"이라며 "관리인이 말실수를 해서 다른 회계법인과 증권사가 오해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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