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에너지경제학 첫 소개
20여년간 국제무대에서 활약
"기후변화 연구는 新산업 산실"
[ 이미아 기자 ]
“‘도전’이란 단어 쓰지 말아요. 누가 들으면 외교무대에 엄청 화려하게 나서는 줄 알 것 아니에요.”
한국인 최초로 유엔 산하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 의장 선거에 출마한 이회성 IPCC 부의장 겸 고려대 에너지환경정책기술대학원 교수(70·사진)는 최근 기상청에서 만난 자리에서 ‘출마 도전 이유’에 대해 묻자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IPCC의 국제적 위상을 따져 보면 이 교수의 말은 지나치게 겸손하게 느껴질 정도다. 1988년 설립된 IPCC는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책 마련을 위해 각국 학자들이 협업하는 기구로, 현재 회원국은 총 195개국이다. 5~6년마다 기후변화 관련 분석 전망 보고서를 발간한다. 1992년 체결된 기후변화협약(UNFCCC)과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 등 기후변화 및 탄소배출 규제 분야의 한 획을 그었던 외교 협상 때마다 IPCC의 연구 보고서가 주요 자료로 쓰였다. 즉 협상을 위한 ‘막후 브레인’ 역할을 하는 기구다.
IPCC 신임 의장 선거는 오는 10월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열리는 제42차 총회에서 치러진다. 현 의장은 인도 출신인 라젠드라 파차우리다. 지금까지 IPCC 의장 정식 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이 교수와 스위스 출신의 토마스 스토커 IPCC 제1실무그룹 공동의장이다. 미국과 벨기에 등에서도 후보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은 지난달 25일 이 교수를 한국 측 후보로 정식 추천했다. 또 지난 3일엔 이 교수의 IPCC 의장 출마 지원을 위한 민간 자문위원회도 만들어졌다.
이 교수는 “한국은 30여년 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 버금가는 국가로 성장함과 동시에 환경 인프라도 매우 잘 갖췄다”며 “한국이 IPCC 의장국이 된다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중재 능력이 더욱 커질 것이고, 경제성장과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새 롤모델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의 동생인 이 교수는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럿거스대에서 자원에너지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에너지경제연구원 초대 원장 등을 거치며 국내에 에너지경제학을 처음 소개했다. IPCC에서 1992년 제3 실무그룹 공동의장을 지냈고, 2008년엔 IPCC 부의장으로 선출되는 등 20년 넘게 기후변화 국제무대에서 활약해왔다.
그는 “탄소배출 억제, 화석연료 대체 에너지 개발과 관련된 차세대 산업 육성에 기업들이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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