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한반도 통일과 국제정치

입력 2015-04-19 21:26
美·中 등 강대국들 전략 변화
치밀한 외교로 통일 주도해야

이인제 < 새누리당 최고위원·국회의원 >


한반도 분단은 냉전이라는 국제정치의 산물이다. 우리 민족의 역량은 이 국제정치의 도전을 뚫고 통일을 이루기엔 역부족이었다. 분단 과정에서 독립변수는 국제정치였고, 종속변수는 민족 역량이었다.

그렇다면 한반도 통일에서도 국제정치가 독립변수인가. 아니다. 우리의 통일은 우리 민족이 결단할 문제다. 국제정치는 이제 종속변수에 불과하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주변 강대국들의 동의가 없는 한 통일이 불가능한 것처럼 말한다. 북한 체제가 붕괴되면 중국이 군대를 보낸다거나, 심지어 “북한이 중국의 동북 제4성이 될지 모른다”는 말까지 한다. 하지만 중국은 물론 어떤 나라도 우리 통일에 간섭할 권리가 없다. 이제 통일에서 독립변수는 우리 민족의 역량이다.

그러나 국제사회, 특히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 등은 통일이라는 한반도 정세변화에 민감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이들 나라의 이해와 협력이 통일 및 통일 후 통합과정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치밀한 전략으로 통일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토대?하는 통일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중국은 한국 주도의 통일이 자신들의 안보와 공산당 일당체제에 어떤 위협이 되지 않을까 계산해 왔다. 그러나 시진핑 정권이 등장하면서 이런 보수적 관점은 힘을 잃었다. 오히려 한반도 통일이 중국의 이익에 크게 부합할 수 있다는 셈법이 힘을 얻고 있다. 러시아의 푸틴 정권은 팽창정책을 추구하며 국제사회를 긴장시킨다. 그러나 러시아는 여전히 한국 주도의 통일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침체된 극동 시베리아 개발에 활로가 열리기 때문이다. 일본은 복잡한 시선으로 통일을 보고 있지만, 분단의 원죄를 안고 있는 일본은 통일을 지원하는 것이 마땅하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변화는 녹록지 않다. 일본의 극우 정권이 역사 퇴행적 행태로 분열과 대립을 키운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도 강화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과 손잡고 미국에 대응하려 한다. 한반도가 신(新)냉전에 휩싸여 분단이 고착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꽃샘추위가 닥친다 해서 겨울로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신냉전기류는 역설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통일이 주변 강대국들의 대립과 갈등을 풀고 공동번영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통일을 주도해야 한다.

이인제 < 새누리당 최고위원·국회의원 ij@assembly.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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